KOICA 단원으로 어쩌다 에티오피아에 왔는지, 그리고 그 에티오피아에서 겪는 정전, 단수, 통신 불통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썼었다. 또한 단원 활동인 에티오피아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글도 썼었다. 그 글을 통해 KOICA 봉사 단원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도 했었고, 일상에서 어떤 어려운 점이 있는지 토로도 했었다. 봉사 단원 주요 활동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한국어 교육 현황도 글로 남겼다. 이번에는 단원 활동 자체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KOICA 봉사 단원의 에티오피아 생활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에티오피아 KOICA 봉사 단원은 외국인이지만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 체류증이 나온다. 특히 그 외국인 체류증이 Special I.D라는 이 나라에서 발급되는 외국인 체류증 중 2번째로 높은 등급이기에 여러모로 유용한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공항 출입이 가능하다. 이 나라는 항공권 소지자가 아니면 공항 출입 자체가 안 된다. 하지만 단원들이 소유하고 있는 I.D 카드로 공항 내부 출입이 가능하고 이 덕분에 지인 환영이나 환송을 현지인과 달리 공항 안에서까지 할 수 있다. 또한 Africa Union 본부가 있는 국가답게 외국 정상들이 자주 방문하고 이로 인해 시내 거리에서 보안 검색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때 I.D 카드 제시 시 보안 검색이 생략되거나 간소화되는 혜택을 누린다. 공권력이 개입하는 곳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 가능하다. 이외에도 에티오피아 국내선 항공권의 내국인 요금 이용, 주요 관광지 입장료 할인 등도 있으나, 이런 혜택은 기본적인 외국인 체류증만 발급받으면 가능하기에 특별 혜택까지는 아니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KOICA 봉사 단원은 생활비로 640 USD에 준하는 금액을 현지화로 받고, 지방 380 USD, 수도 480 USD까지 주거비 지원을 받는다. 단 주거비의 경우 임차료가 지원 기준 밑에 있더라 할지라도 차액을 받을 수는 없다. 생활비는 2017년까지는 560 USD였으나, 2018년도부터 인상되었다. 이 금액은 단원 활동 지역에 따라서 차이가 존재하나 대체로 현지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전혀 부족한 금액이 아니다. 같은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현지 교수들의 평균 월급이 500 USD 수준이다. 즉 현지인 기준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금액을 생활비로 받는 것이다. 단 문제는 이 생활비를 현지화로 받고 있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는 고질적인 외화 부족 국가로 관계 당국에서 외화 통제가 심한 편이다. 그러기에 웬만한 국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설 환전소가 없다. 더불어 은행에서는 외화를 현지화로 환전하는 것만 취급할 뿐 현지화를 외화로 환전은 되지 않고, 공식 환전 요청 문서를 통해서만 현지화와 외화 환전이 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실정이기에 암시장 환율은 공식 환율보다 약 30% 정도 높은 환율로 형성되어 있다. 즉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으나, 이 생활비를 아껴 한국에서나 아니면 국외 휴가에서 사용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다.
즉 에티오피아 KOICA 단원은 Special I.D 카드에서 기인한 안정적인 사회적 지위와 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평균 이상의 생활비를 받으며 활동을 하고 있다. 게다가 단원 활동은 상대적으로 개인 시간이 상당하기에 대체로 여유롭게 활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한국어 교육 단원의 경우 학교 공식 일과 이후에나 수업할 수 있기에 하루 수업이 가능한 시간이 최대 3시간 정도이다. 필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한국어 단원들은 수업 준비 시간을 포함해도 하루에 5시간 이상 기관에서 보내지 않는 편이다. 그러기에 매일 상당한 자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시간을 자기 계발 일환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은 편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활동 초반에는 그 시간을 사무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보냈고 현재는 영어 공부에 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기에 에티오피아는 생활 여건 자체가 인프라 미비로 인해 불편한 점이 큰 국가이지만, 실질적 단원 활동을 위한 여러 제반 환경들은 나쁘지 않다.
에티오피아는 이 글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부분 중 하나인 여러 배움과 깨달음을 준다. 즉 많은 불편함과 예측 불가능한 사건 사고를 접하는 에티오피아지만 그 속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교훈과 경험들은 이곳이기에 가능한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여기에서 안전하고 무사하게 활동을 마치기에 돌아가는 데 첫걸음은 긍정적인 사고임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전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계속 겪기에 이곳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거나 긍정적인 사고를 갖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결국에는 긍정적 사고가 필요함을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긍정적이지 못하면 결국엔 남는 것은 분노와 설움 그리고 억울함인데, 이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사고는 사소한 일에 대한 감사와 만족에서 시작함을 배웠다. 지금 당장 전기를 쓸 수 있는 것, 단수되지 않는 것 등 일상을 영위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순간에 대한 감사를 통해 긍정적 사고를 연습하고 형성해가는 것이다.
KOICA 단원으로 에티오피아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쩌면 매일의 도전 과제 속에서 생존하는 일상의 연속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분명히 단원 개인의 삶에서 남기는 것이 있고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지난 16개월 쉽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아직 잘 에티오피아에서 지낼 수 있었고,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