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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Feb 18. 2019

8. 에티오피아의 Racism.

  에티오피아에서 외국인으로 살기 쉽지 않은 다양한 이유를 지난 글을 통해 밝혔다. 그리고 오늘은 그 이유 하나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 바로 Racism이다. 한국에서는 인종 차별이라는 용어가 더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인종 차별은 인종으로 인한 차별이나 불평등한 대우에만 집중하는 맥락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 전달을 위해 Racism을 사용하고자 한다. Racism은 기본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의식의 문제이다. 한국 사회의 경우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정정하려는 일련의 노력이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원체 오랫동안 단일 민족 신화가 강한 나라였고, 인종 구성 자체가 획일화되어 있다 보니 아직도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에티오피아의 Racism은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양산이 다르다.  


 한국은 인구 구조학적으로 다수가 같은 인종에 종족 구별을 할 필요가 없는 사회이다. 에티오피아는 같은 인종이지만 다양한 종족이 사는 다종족 사회이다. 종족 간에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흑인이라는 인종 구성에 묶이지만, 외모도 약간은 특징 지어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생김새도 다르다. 그렇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에티오피아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아서 자연스럽게 타 인종을 볼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수도 및 주요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외국인을 구경하기 힘든 환경인 것도 한국과 닮았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Racism이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외국인 자체가 드물다 보니, 이들에 대한 관심을 표한다는 의도가 노골적인 Racism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 살면서 겪는 Racism 대부분은 길 가다가 생판 모르는 현지인에게 듣는 ‘China’ 소리이다. 그리고 ‘China’에서 시작한 다양한 파생어들을 듣게 된다. 중국어 인사인 ‘Ni-hao’는 양반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아시아 인종에 대한 Racism 용어인 ‘Chin-Chang-Chong’은 여기서 ‘Chung-Ching-Chong’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여기서 짧게 줄여서 ‘Chung’이라는 표현도 많이들 한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방에서 필자는 매일 기관 출퇴근길에 2-3번 이상 이런 표현을 듣는다. 처음 왔을 대는 ‘그러려니’라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관용이 있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다 보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단지 황인종이라는 이유로 ‘China’라고 지칭하는 현지인들에게 갖는 관용은 사라졌다. 


 한국도 Racism이 심한 국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특히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사회에 만연해 있고 이른 시일 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에서는 거리를 걷는 어떤 외국인이 그 피부색을 가지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외국인을 부르고 게다가 그것도 나라 이름을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 게다가 그 표현이 잘 못 됐다는 인지는 사회적으로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에티오피아는 아니다. 남녀노소 거리낌이 없다. Racism에 대한 인식이 없다 보니 이러한 놀림이 얼마나 잘 못 됐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듯하다. 계속 이러한 Racism에 노출되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지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게 된다. 친해지면 굉장히 친절하고 좋은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지만, 낯선 상대방에게 거리낌 없이 Racism을 표출하는 현지인들에게 마음을 열기는 굉장히 힘들다. 


 이 나라에서 정말 Racism이 얼마나 사람을 위축시키고 삶에 악영향을 주는지 실감하면서 살고 있다. 특히 이 Racism이 특정 개인의 잘 못 된 인식과 행동이라면 피해자 입장에서 넘길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이 개인이 모여 사회적으로 이러한 Racism이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말고는 방책이 없다.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인데, 대책은 피해자의 Mind Control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지인들과의 접촉점을 만들고 싶지가 않고, 노출을 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고 이외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에티오피아에서 당하는 Racism 대부분은 악의가 있지는 않다. 현지인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현지인들이 외국인을 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 반사 형식으로 외국인을 부르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해서 당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흔히 백인 중심 국가에서 겪게 되는 Racism인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나 무시는 여기서 잘 겪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Racism은 당하면 기분이 정말 나쁘다. 그리고 이 Racism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당연히 이에 대해 보복을 하고 싶어지고 결국 피해자도 Racism에 자유롭지 않게 된다. 특히 에티오피아처럼 개발도상국에서 경험하는 Racism은 개선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은 현실 때문에 암담함까지 느낀다. 결국 Racism이 문제가 되는 것도 그 Racism으로 많은 문제를 겪은 선진국에서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많은 문제가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는 Racism 보다 앞서는 다른 문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에 Racism 문제는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오늘도 거리를 걷다가 ‘China’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나라를 떠나기 전까지 매일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듣게 될 것이다. 부디 바라건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Racism의 문제를 인지하고 누구도 인종과 국적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일에 개입하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Racism 없는 그래서 누구도 피부색과 국적 때문에 차별받고 억울한 일이 없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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