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1년 이상 살아 본 것이 처음이다. 뭐든지 처음은 쉽지 않다. 특히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서 타국살이는 더 쉽지 않았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대한민국과는 너무나도 달라 체류 초기에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16개월 이상 살다 보니 지금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이 나라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통해 비로소 적응하게 되었다. 에티오피아 생활 적응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 사고가 있었다고 본다. 더불어서 일정 부분 포기와 체념도 필요했다. 이를 통해 빠르게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는 데 도움을 줬다. 그래서 오늘은 어떻게 에티오피아에서 적응하게 됐고, 이 과정을 통해 얻게 된 것이 무엇인지 정리하고자 한다.
타국에서의 적응은 결국 그 환경에서 나름의 만족감을 갖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적응을 하는 것임을 여기 생활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신체적 적응의 대표적인 예는 시차 적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지 음식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즐기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정신적 적응은 타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곳에서의 생활에 만족감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인 ‘만족감’이 타국 생활 적응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여행과 달리 타국에서의 정착과 생활은 많은 도전과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리고 모든 게 익숙한 대한민국과는 다르기에, 이 과정에서 쉽게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것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조건에 ‘만족감’이 있다고 본다. 타국 생활에 ‘만족감’을 갖는 것은 개인차가 큰 부분이다. 성공적인 타국 생활의 적응은 이 ‘만족감’을 개인이 어떻게 찾고 적응하는지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에티오피아에서의 적응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러 환경들을 고려했을 때 ‘만족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국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지만 이곳의 날씨는 흔히들 생각하는 더운 아프리카 날씨가 아니기에 정말 좋다. 하지만 이것도 건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1년의 절반인 우기는 계속 흐리고 비가 오기에 날씨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건기에는 날씨에 ‘만족감’을 누리겠지만 곧바로 우기에 그 ‘만족감’은 상쇄된다. 역시 개인차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나라의 자연 환경이 뛰어날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아 자연을 통한 ‘만족감’을 얻기가 힘들다. 물가가 저렴한 편이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은 유럽이나 중동 그리고 중국에서 수입한 물건이고 그래서 싸지 않다. 게다가 어처구니없게도 이러한 소비재들이 국가의 외환 보유고에 영향을 받아서 수입이 안 돼 품귀 현상을 빚는 경우가 상당히 자주 있어서 굉장한 불편을 초래한다. 최근에는 필수재인 기름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그나마도 열악한 대중교통 공급량이 줄어들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정말 이 나라에서는 개인이 통제 불가능한 예상 밖의 상황을 자주 직면하게 되고 이는 그대로 ‘만족감’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1년 넘게 살면서 결국 나름대로 에티오피아에 대한 ‘만족감’을 찾는 데 성공했다. 바로 이 나라 생활에서 직면하는 많은 불만족한 환경과 상황에 대해 긍정적 사고를 갖는 것이다. 환경과 상황은 불만족하기 쉬운 게 현실이고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불만족한 상황이 끝없이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긍정적 사고가 가능하게 한 전제 조건이다. 예를 들어, 정전될 수도 있고 단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통신이 잘 안 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결국 언젠가는 전기와 물이 복구되고 통신이 가능하게 된다. 즉 전환 되는 상황, 일상으로 복구되는 상황에 대해 감사함을 갖고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더불어 그러한 불편한 상황에 대한 포기와 체념이 있다면 불만을 표현하는 것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다. 사실 이 나라에서 경험하는 ‘만족감’ 저하와 관련된 일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탓에 상황에 대한 빠른 포기와 체념도 가능하게 변했다.
긍정적 사고는 실질적으로 에티오피아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 실제로 정전 상황에서 전기가 복구되고 단수가 됐다가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진심으로 기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상황에 기본적으로 포기와 체념을 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복구가 되는 것이기에 기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함을 갖게 된다. 전기가 안 끊기고 세탁기를 돌리게 된 것에 대해서, 무사히 밥 한 끼를 해먹고 깨끗이 설거지를 한 것에 대해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등 일상의 한 부분 한 부분이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이 커진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 사고 덕분에 일상에서 ‘만족감’을 찾게 되고 결국 에티오피아 삶에 적응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기를 쓰는 것 물을 쓰는 것 등 일상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러한 당연함에 딱히 감사하다는 생각을 자체가 필요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사소한 것들이 전혀 사소하지 않은 것이었고 그 덕분에 긍정적으로 되고 감사함이 커지게 되었다.
이곳 생활을 통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는 명제를 몸소 참임을 증명해가는 삶을 살고 있다. 일상을 영위하는 데 자주 부족과 결핍을 직면했지만, 그 부족과 결핍을 물리적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을 통해서 극복해나갔다. 이곳에서 얻게 된 이러한 긍정적 사고의 힘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일정부분 포기하고 체념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여러모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긍정적 사고는 그 생각만으로도 삶에서 생각보다 많은 힘을 줄 수 있음을 배우게 되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개인적으로 에티오피아 생활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