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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Mar 25. 2019

13.에티오피아의 종교

 에티오피아에서 종교는 매우 중요하다. 1억이 넘는 인구 중 대다수가 종교를 갖고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98%의 에티오피아 시민들이 종교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이는 전 세계 1위로 나타났다. 2007년 인구 통계 조사에 따르면 43.5%가 에티오피아 정교회, 33.9%가 이슬람, 개신교가 18.6%, 가톨릭이 0.7%에 토속 신앙이 2.6%로 나타났다. 무교의 비중은 1% 미만으로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를 비춰봤을 때 에티오피아에서 종교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단순히 에티오피아 국민들이 종교에 관심이 깊어서도 있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에티오피아 정교회와 이슬람 모두 그 종교의 역사와 전통과 연관이 있기에 현재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먼저 에티오피아 정교회(Ethiopian Orthodoxy)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정교회이다. 무엇보다 에티오피아는 전 세계에서 2번째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국가이기에 역사와 전통이 깊다. 기독교 경전 성경의 구약에 솔로몬 왕과 쉬바 여왕의 만남이 있는데 쉬바 여왕이 에티오피아의 고대의 왕이다. 그때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였고 쉬바 여왕을 통해 솔로몬의 후손이 이 에티오피아를 다스렸다는 점을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기에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자생적으로 성장 변화하면서 주류 정교회와는 다른 독립된 교파로 간주한다. 역사가 깊기에 관련 유적지도 상당히 있으며 대표적으로 바위를 깎아 만든 랄리벨라(Lalibela)의 바위교회(Rock Churches)가 유명하다.


 2007년 통계 기준으로 33.9%의 국민들이 믿고 있는 이슬람 역시 에티오피아에서 역사와 전통이 깊다. 이슬람 역시 선지자 마호메트가 초장기 활동 당시 중동 지역의 박해를 피해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에 정착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마호메트가 피난 올 당시에도 이미 에티오피아는 기독교 국가였으나 당시 왕이 이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에티오피아 동부에 정착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의 기독교 왕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영향력을 확대해나가 에티오피아 이슬람교의 뿌리를 다졌다. 이러한 역사 덕에 에티오피아 이슬람들은 에티오피아에 대한 존중이 있으며 평화롭게 이 나라에서 기독교와 공존하고 있다. 이슬람 종교의 영향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곳은 에티오피아 동부의 하라르(Harar)이며 이슬람 성지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2006년에는 UNESCO 세계 문화 유적지로 등재되었다. 이슬람 신도수의 경우 농촌 거주자가 많아 통계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비공식적으로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개신교의 경우 이 나라에서 현재 가장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는 종교 중 하나이다. 전 국민 중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라 개신교의 경우 외국 선교사에 의해 19세기부터 전파되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의 서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개신교는 개신교 선교 역사에 모범 국가로 거론될 정도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지금도 외국 선교사가 파견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역은 현지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외국 선교사는 전문 분야에서 활동이나 선교 활동 감독 및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개신교 신자를 가리켜 ‘뻰떼(P’ent’ay)‘라고 부른다.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의 개신교 신자들은 개의치 않고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개신교의 집회는 앞에서 언급한 두 종교 예식과는 완전히 다른 흥이 넘치고 열정이 넘치는 모임이다. 이러한 부분이 도입 역사는 짧지만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종교가 되는 데 영향을 줬으리라 판단된다.


 상기 종교들의 신자 비율을 더하면 96%이다. 이외에도 소수의 가톨릭과 소수 민족에서 믿는 토속 신앙 등이 나머지 3%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 나라 사람들에게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우선 매일 이슬람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방송을 대부분의 지역에서 들을 수 있다. 또한 에티오피아 정교회 역시 매일 방송을 한다. 그런데 이 두 종교의 방송을 이해할 수 있는 국민들은 매우 소수이다. 왜냐하면 이슬람의 방송은 아랍어이고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방송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에티오피아 고대어 게르어를 통해서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라면 소음 공해로 민원이 차고도 넘칠 정도의 방송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시때때로 한다. 방송뿐만이 아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고기와 유제품에 대한 금식을 한다. 게다가 가끔 중요 절기에는 2주에서 1달까지 고기 유제품 금식이 이어지기도 한다. 1년 365일 중 약 200여일 가까이가 이러한 부분 금식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슬람의 경우 금요일이 안식일이지만 여기에선 점심시간을 11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대체해 이슬람 신자들이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문화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이렇게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드문 국가이다. 다행히 이 나라에는 두 종교 모두 극단주의자가 활동하지 않기에 향후에도 종교 문제가 심각한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은 나라이다. 외국인으로서 이들의 종교에 대한 열심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믿는 종교를 사랑하고 열심히 그 종교 활동을 한다. 전 세계에서 무신론자의 비율이 커지는 시점이지만 에티오피아는 당분간 그 흐름에서는 빗겨나가 있는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믿는 신들이 이 나라를 불쌍히 여겨서 더 나은 내일과 희망이 있는 국가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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