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생활에 여러 어려움 중 하나는 한국과 달리 돈이 있어도 필요한 것들을 사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에티오피아는 신선 식품 외에는 공산품이나 생필품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이다. 2010년 이후에는 에티오피아 제조업이 나름 성장해 필수적인 생필품은 자체 생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품질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에티오피아 생산품들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경우에는 수입품이 있다면 수입품을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나라는 수입품들의 경우에도 물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나라가 외화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이로 인해 수입품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결국 돈이 있어도 물건을 구하는 게 어렵다. 그러기에 이번에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에티오피아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물건 목록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아마도 이 목록은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는 한국에서 갖고 올 필요가 있는 것들이다. 먼저는 스마트폰이다. 이 나라는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도심지에서는 소매치기가 빈번하고 목표물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다. 관련 통계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체감하기로는 이 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50-60%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인 대부분 스마트폰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지만, 경제 수준보다 가격이 원체 고가이다 보니 쉽게 사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이 나라는 과거 우리나라의 특별소비세처럼 사치품이라고 여겨지는 제품들 대부분에 상당한 세금이 붙기 때문에 중국제나 인도제 스마트폰도 최저 300$에 팔리고 있다. 그리고 300$는 대부분의 현지인에게 최소 6개월 치 월급 수준이다. 그러기에 스마트폰은 쉽게 소매치기의 타깃이 되기에 여분의 스마트폰은 필수로 있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 분실 시 현지에서 삼성이나 애플의 스마트폰도 구입할 수 있지만 간혹 중국에서 만든 복제품이 유통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기에 차라리 한국에서 중고 스마트폰을 하나 여분으로 갖고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
스마트폰 외에도 대부분의 전자 제품은 한국에서 갖고 오는 게 여러모로 좋다. 하다못해 이 나라는 멀티탭도 불량품인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 챙겨 오는 게 좋다. 그리고 의외로 충전기들이 정전과 전압 불안정으로 인해 고장이 잘 나는 편이다.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는 몇 천 원이면 살 걸을 여기서는 기본이 한국 돈 1만 원은 줘야 한다. 한국에서 너무나 흔해서 신경 쓰지 않는 물건들이 여기서는 1개가 아쉽다. 특히 고장이라도 나면 비싼 건 둘째치고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된다. 이 나라는 또한 정부 당국에서 품질 규격 관리를 하지 않다 보니 수입품이어도 품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매우 많다. 세계의 공장에서 나온 중국제가 이 나라 현지 시장에도 널려있지만, 한국에서처럼 최소한의 품질 공인 절차를 밟지 않은 제품들이기에 제품 질 자체가 낮고 불량품 비중도 높은 편이다. 그나마 대형 가전의 경우 중국제들도 상당한 품질 평준화가 이뤄져 현지 구매도 고려해볼 수 있으나 문제는 소형 가전들이다. 그러니 자신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서 자주 사용하는 소형 가전들은 한국에서 꼭 챙겨야 한다.
화장품도 한국에서 챙겨야 하는 물건 중 하나이다. 괜히 K-Beauty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게 아니다. 정말 한국의 화장품은 좋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한국 화장품은 99% 살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대체품이 많은 것도 아니다. L‘oreal이나 Nivea 등 다국적 기업의 제품들이 살 수 있지만 제한적이다. 본인의 경우 화장품은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 주문해 출국장서 수령 후 기내 반입을 했다. 에티오피아 혹은 타 아프리카 방문 시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한다면 기내 반입 제한 규정이 관대한 항공사이므로 넉넉하게 사는 것을 추천한다. 메이크업 제품군도 마찬가지로 현지 구매가 가능하지만, 색깔이나 톤이 다르기 때문에 역시 한국 구매를 추천한다. 또한 화장 솜 같은 경우에도 최소한 에티오피아에서는 양질의 제품을 구하기 힘들기에 넉넉하게 챙겨 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마스크팩도 당연히 챙겨야 한다. 현지 구매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제품이다. 역시 인터넷 면세점을 통해서 사면 특정 제품들은 로드샵 가격으로도 구매 가능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에티오피아는 한인 마트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인 사회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한인 마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자신이 방문 혹은 체류할 아프리카 국가에 한인 마트가 있는지 확인하고 한국 음식을 챙겨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라면과 고추장 된장 같은 양념들을 챙길 필요가 있다. 타지에서 먹는 라면은 한국에서 보다 더 맛있고 귀하다. 필자도 원래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에티오피아 와서 한 달에 2번 이상은 먹게 된다. 여러모로 간편하고 맛있기에 라면은 개인 취향에 맞게 챙길 필요가 있다. 참고로 에티오피아의 경우 한류의 열풍 덕에 중국 마트를 통해 한국 라면들을 가끔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1 봉지당 한국 돈 4천 원 정도이다. 이외에도 고추장, 된장은 전혀 구하기 힘들고 현지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것은 초고난도에 속하기 때문에 최소 1kg 정도는 챙길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오뚜기 3분 요리 같은 레트로 식품들도 굉장히 유용하고 간편하기 때문에 요리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춧가루도 김장을 위해서는 필수이기에 챙겨야 한다. 참고로 김치의 경우 한국 식당에서 1kg에 한국 돈 1만 원이 좀 넘는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여기서 살다 보니 가전제품이든 생활용품이든 식품이든지 한국 제품이 갖는 신뢰성과 질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아프리카에서 체류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웬만한 제품들은 한국서 챙겨갈 것을 권고하고 싶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현지에서 구입하는 제품들은 복불복인 경우가 많고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물론 짐을 꾸리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갖고 오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초과 수하물 요금을 내서라도 챙겨 오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에티오피아 항공의 초과 수하물 요금의 경우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EMS로 한국에서 받는 것보다는 저렴하기에 고려해볼 만하다. 돈이 있지만 물건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환경은 적응하는 데 쉽지 않다. 그러니 혹시나 아프리카나 에티오피아에 체류할 경우가 있다면 참고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