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는 에티오피아의 2019년 성장률을 8.5%로 밝혔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에티오피아의 지난 10년의 평균 경제 성장률이 7%인 고속 성장 국가이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성장률은 실제 생활에서 외국인 입장으로는 체감은 잘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2017년 World Bank 발표 자료에 의하면 에티오피아의 1인당 GDP는 800$가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즉 파이 자체가 작다 보니 그 파이가 10%가 넘게 커진다고 해도 분모가 작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성과가 체감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는 상당한 성장 잠재성을 가진 나라이다. 또한 희망적이게도 당분간은 이러한 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에티오피아는 가까운 시일은 아니지만 현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에티오피아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인구이다. 1억이 넘는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성장 가능성을 키운다. 그리고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성장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1억 인구의 구매력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고 이것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 중 하나는 중국의 집중적인 투자이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하게 아프리카에 투자해왔다. 에티오피아는 중국의 투자가 많이 이뤄진 국가 중 하나이다. 산업 전반에 중국 자본이 투자되어 있다. 특히 근 3년간 기존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인프라를 통해 생산품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기에 당분간은 에티오피아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 외교적 영향력도 에티오피아 성장에 긍정적 요소 중 하나이다. 에티오피아는 4년의 이탈리아 강점 시절 외에는 식민 지배 경험이 없는 국가이다. 또한 그 4년의 이탈리아 강점도 자력으로 이탈리아 정부를 몰아내고 되찾아 냈다. 즉 아프리카 고유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며 이 덕에 아프리카 연합(AU) 본부를 갖게 되었다. 그 덕에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정치 외교의 중심 국가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효과도 상당하다.
이러한 요소들 덕에 에티오피아는 현재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고 특별한 외부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상기 제시한 긍정적 요인들이 역으로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먼저 인구의 경우 1억이 넘는 인구는 경제 지표에는 긍정적 요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더불어서 소득 양극화 역시 심해지고 있다. 단적으로 2015년에 World Bank에서 발표한 에티오피아의 지니 계수는 40%에 육박한다. 같은 시기 한국의 수치는 30%를 약간 넘는다. 부의 불평등 문제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 동일하게 겪고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 미비와 최저 임금 같은 장치들이 없기 때문에 불평등으로 인한 하위 계층의 박탈감은 선진국과는 양상이 다르다. 결국 1억이 넘는 인구의 절대다수는 지표 경제 성장과 상관없이 현실의 삶이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비극적인 전망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결국 1억 인구는 축복이라기보단 저주에 가깝게 된다.
중국의 집중적인 자본 투자도 실체를 알고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단기 차관을 빌려주고 그 차관을 통해 필요한 인프라를 건설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차관의 상환 기간이 타 선진국 차관보다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차관을 통해 이뤄지는 공사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들이 수주해서 중국 자본으로 다시 회귀해버린다는 것도 문제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수주받은 중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공급 가능한 대부분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심지어 상당수의 인력도 중국인을 고용하기 때문에 모든 자본이 중국에 이익이 되는 구조가 된다. 결과론적으로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 차관을 통해서 인프라의 완성품을 가질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의 대부분은 중국이 차지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인프라 구축이기에 단기적으로 그 인프라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움에도 차관의 상환 기간이 짧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중국은 채권국의 차관 상환이 어려울 경우 현물로도 추징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엄격한 국가이다. 중국 차관은 결국 자본이 에티오피아를 순회하기 하지만 종착지가 다시 중국이라는 점에서 결코 에티오피아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게다가 에티오피아는 시장의 통제가 심한 국가 중 하나이다. 20세기 말의 사회주의 정권의 영향으로 토지에 대한 개인 소유가 불가능하다. 또한 외화의 경우 반입에 대해서는 통제가 없지만 반출의 경우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즉 외국인 투자는 받지만 투자의 이익금을 무조건 이 나라에만 묶어 놔야하기에 외국인 투자처로 매력이 없는 나라이다. 더불어서 정부의 행정 시스템이 안정화 되어 있지 않고 형평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러 알 수 없는 리스크들이 터질 수 있다. 즉 에티오피아는 자국 내 성장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 외국 자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외국 자본의 유입은 개발 원조 자금 말고는 중국 자본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로 커져 버렸다. 지금이야 경제 규모 자체가 원체 낮은 수준이어서 현 수준에서도 일정한 성장을 끌어낼 수 있지만 곧 이로 인한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에티오피아 생활을 통해서 본 에티오피아 전망은 낙관적이기는 어렵다. 부의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높은 지표 성장률은 고스란히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성장으로 인한 성과는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고통 받고 있다. 선진국의 기준으로 단순하게 보면 이 나라는 정말 너무나도 가난하고 과연 이것이 나아지기 위한 해답이 없어 보인다. 주요 수출품 대부분은 커피를 비롯한 농산물이다. 이제야 막 이차 산업이 시작되고 있으나 이차 산업의 대부분은 중국 자본에 의한 중국 기업이다. 분명 에티오피아는 당분간 꾸준히 성장할 국가이다. 하지만 그 성장만큼 에티오피아의 문제도 커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