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인 첫 번째 이야기.
2020년 9월 3일 대전에 소재한 공공기관의 홍보 담당 신입 사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취업 준비생이 된 이후 ‘축하합니다.’가 첫 문장인 최종 결과 안내문을 받기까지 375일이 걸렸다. 취업 준비 시작 단계부터 우선 ‘정규직’ 자리만 구할 수 있다면 감지덕지라는 마음이었다. 조금 더 나아가 안정성이 확보된 ‘공공기관’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총 375일간 67개의 자기소개서를 제출했고 14번의 시험과 7번째 면접 만에 최종 합격을 했다. 다행히 운 좋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무인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기관의 채용 공고상 직무 TO는 1명이었다. 기관 공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직무에만 총 223명이 지원했고, 1차 필기시험 응시자만 124명이 지원했다. 도대체 100명 이상의 지원자를 제치고 왜 내가 뽑혔을지에 대한 근거는 잘 모르겠다. 우선 개인적으로 고스펙 자가 아니다. 일단 내세울 수 있는 고급 자격증이 없다. 또한 체험형 인턴을 제외하곤 내세울 경력도 없었다. 채용 당시 나이는 취업 시장의 마지노선이라고 평가되는 만 29살이었다. 전공은 취업 준비생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이다.
합격한 기관의 서류 전형은 자격 요건 충족만 하면 모두 합격하는 전형이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중요도가 높지 않았다. 그리고 면접에서도 제한된 면접 시간 탓에 필수 질문을 위주로 면접이 진행됐고 자연히 자기소개서 관련 질문도 비중이 작았다. 그나마 정량적인 변별력이 측정되는 필기 전형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를 얻지는 못했다. 자연스레 합격자 발표를 보고서 먼저 든 생각은 결국 취업은 운칠기삼이라는 회의감이었다. 감히 시험장에 온 124명보다 내가 월등하게 뛰어나서 뽑혔다고 자부하지는 않는다. 이 기관 최종 합격을 위해 거친 1번의 필기와 2번의 면접에서 내가 그들보다 운이 약간 더 좋았다는 생각이다.
2020년 취업자 수가 코로나19로 1997년 외환위기 이래 최대 감소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코로나19는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취업 준비생은 단순히 기업의 채용 규모 축소로 인한 취업 시장 축소뿐만 아니라 취업 관련 자격증 및 어학 시험 응시부터 어려움을 겪는 등 다층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기약 없는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뛰어든 것 자체가 취업 준비생을 힘들게 만드는데, 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이 코로나19로 유사 전시 상황이 만들어져 이중고를 겪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코로나19로 내일의 희망보다 오늘의 절망에 힘든 이들이 늘어나고 있음이 안타깝다.
이 글을 통해 코로나19 시국의 채용 시장 현황과 공공기관 취업 관련 소소한 TIP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누가 읽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글을 통해 시대에 대한 이해와 위로가 공유되길 바라본다. 모쪼록 이 지난한 시국을 보내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응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