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서 Apr 10. 2022

어느 봄날 30대의 친구들과 함께하다.

 아침에 기분 좋은 시원함과 한낮에 느끼는 후덥지근함이 오가는 속에서, 주변 풍경이 봄이라는 명사에 충실해가는 듯한 봄의 주말, 오랜만에 친한 친구들을 만났다.

누군가에게는 1년 만에 귀국 후 한국에서의 첫 번째 주말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데이트를 미루고 만든 주말이었으며,

누군가에게는 일주일의 피로와 권태로움 속에서 왕복 5시간이 넘는 운전을 자처하고 올라온 주말이었다.

그리고 단언컨대 그 주말은 함께한 친구가 있음에 즐거움과 감사함을 느끼며, 각자 인생의 추억의 책장을 예쁘게 한 장을 채운 시간이 됐다.      


 대학생이 돼서 만나 10년의 세월을 지내면서, 서로가 각자의 최선으로 서로를 위하고 그것이 고마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선순환 관계가 됐다고 자부한다.

인생에 있어서 이런 친구를 두고서 평생을 기약해보는 관계가 됐다는 것이 소소한 자부심이자 자랑이 됐다.

물론 10년의 우정을 지키며 30대가 되자 각자의 위치와 환경 속에서 모임의 횟수는 줄었다.

그렇지만 잊어버릴 수 없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있기에, 줄어든 모임보다 함께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는 방법을 각자가 깨닫게 됐다.     


 아름다운 풍경, 좋은 시설, 맛있는 식사, 그리고 즐거운 대화 등 지난 주말이 좋았던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냥 이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진심으로 좋았다.

뭔가 체계적인 계획과 일정이 아니라, 각자의 최선과 배려가 만나 조금은 여유로운 동선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 오래된 관계가 주는 편함이었다. 

무엇보다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웃음과 즐거움으로 넘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이 친구들의 소중함이 커졌다.

20대 때 ‘함께 해봅시다.’의 마음가짐으로 유지해온 모임이 ‘함께여서 좋다.’로 변해감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들과 헤어지며, 헤어짐 그 자체의 아쉬움과 여유도 없이 덜커덕 시작할 새로운 월요일에 대한 마음의 채비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지난 주말과 같이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할 수 있는 ‘언젠가’를 기약할 수 있음을 상기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앞으로의 시간을 기대해보며,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친구들에게 남겨본다.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에티오피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