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한 고찰 1
얼마전 부처님오신날 전날 동국대 남산뒷편에 자리잡은 손혜정 선생님 동상 및 사림탑을 찾았다.
동국대와 남산 둘레길 사이에 있는데, 정상적인 통행로에 자리잡고 있지 않아서 일부러 오지
않으면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다.
과거 회사에서 힘들때마다 왔던 곳이니 한 10년쯤 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난 여기에 오면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마음이 참 편하다. 오는 동안 흘린 땀과 녹음의 시원함도 있겠지만 누구도 모를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일하는 공간과 가족들이 있는 공간은 누구나 흔히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 삶을 살아가려면 필수적인 생존과 번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맞딱드려야 하는
공간이다. 싫은 사람과도 만나야 하고 서로간의 갈등도 생기고 그러면서도 인내하고 참고 견뎌야 하는
공간으로 긴장의 흐름속에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일어난다. 물론 이 공간에서 나름 적응을 잘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몸은 투쟁-도피 반응으로 대변되는 스트레스 반응을 자극하는 교감신경계와 휴식-소화반응의
이완 반을을 자극하는 부교감신경계가 있다. 서로 보완관계인 두 신경계는 마치 우리몸을 운전하는
엑셀과 브레이크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사는 필수적인 공간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을 자극하는 일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아침 기상해서
출근 준비, 콩나물 대중교통의 출근길, 직장에서의 업무와 인간관계, 친구나 가족 갈등 등의 각종 문제까지
아마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가기위해 엑셀만 밟고 달리고 있는 자동차처럼....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여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내가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은 바로 나만의 공간,아지트를 갖는 것이다. 커리어나 전직 컨설팅을 할때도
퇴직으로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내가 내담자분들에게 제일 먼저 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플로리다주립대 교수인 레이 올즈버그 교수는 이 공간을 "정말 좋은 공간(The Great Good Place)"라고
했는데, 쾌적하고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곳으로 기존 공간처럼 서열이 없고 격식도 차릴 필요 없으며
오직 나만을 위한 몰입이 가능하다. 이런 나만의 제3의 공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나의 남산 손혜정 선생님 사리탑도 그런 역할이다. 힘들고 어렵고 뭔가 잘 풀리지 않을때 찾아가서
혼자말이지만 한번 하고나면 가슴이 펑 뚫린듯 시원한 느낌...물론 나만의 아지트가 꼭 이런 공간일
필요는 없다. 커피숍이나 음식점, 산책길, 헬스장 또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모임인 각종 동호회도 좋다.
내 치진 몸을 쉬게할 브레이크 역할의 공간이면 된다.
나의 또 하나의 아지트, 집 근처의 음식점으로 해물 칼국수집이다. 평일날 오후 일이 힘든 강의나 컨설팅이
일찍 끝나면 가끔 이 집에 들러 혼자 해물 칼국수와 찹쌀 동동주를 마시는데 칼국수 국물과 어우러지는
동동주의 맛과 주인 아주머니와의 대화가 그렇게 편안할 수 없다.
어떤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나의 몸에게 잠시만의 충전을 해 줄 휴게소를 주위에서
찾아보자... 그것이 바로 행복을 향한 디딤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