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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Nov 26. 2021

문득 예찬

문득, 행복하다고 느낄 때

문득, 행복하다고 느낄 때

나는 문득이라는 단어가 예뻐서

몇 번을 읊어보게 된다. 자꾸 다독이게 된다.


문득은

느  리  게 발음하면

가만하지만

기민하게 내 옆에 와있다

숙련된 팔베개의 느낌을 품고.

 

문득은

빠르게 발음하면

툭 하고,

두텁게 내 옆에 와있다.

쌍디귿처럼 단단한 받침을 이고서.


문득,

행복하다고 느낄 때 문득을 여러 번 되뇐다.

문득 문득 문득 문득 문득


문득이 멈추는 건,

당신이 떠오르고 난 뒤 뿐이라는 걸 알까


당신이라는 단어 밑에

좀처럼 가지 않는 문득처럼 있고 싶다.

영영을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있지, 믿음 뒤에는 늘 영영이 있지?


문득으로 시작한 우리가,

가득의 근처에 있다고 생각해

함께 걸어가자.

우리 사이에 간혹 있는

그믐이나 드문을 모두 지워내자.


어떤 아득이 우리 앞에 있다 해도,

잦아들지 않는 아늑한 문득을

깍지 낀 손 사이에 꼭 품고서

함께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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