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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중한인 Mar 07. 2019

Q. 언니가 이 주식 사라던데?

묻지마 투자자가 된 처형

처형을 만나고 온 아내가 느닷없이 물었다.


아내: 남편아, 남편아,  요즘 언니도 주식 투자하는데 200만 원 갖고 어제도 3만 원, 오늘도 3만 원 벌었대!
200만 원 갖고 3만 원이면... 2천만 원이면 30만 원이잖아! 우리 2천만 원 있나? 언니가 이 주식 사라던데?
나: 뭐? 처형이 주식을 한다고? 지난번 비트코인 말아먹고 투자는 다신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아내: 응, 그런데 이번엔 달라. 언니 아이 어린이집에 주식 종목을 엄청 잘 찍어주는 엄마가 있는데 그 사람이 사랄 때 사고, 팔랄 때 팔면 하루에 3만 원이 떨어진다는 거야! 보통 오전에 사고 또 그날 오후에 팔면 그 정도 수익이 난대. 그래서 그 종목 나도 좀 알려달라고 했어. 잘했지?
나: ... 아내야... 혹시 진짜 사려는 건 아니지? 내가 그분을 잘 모르지만 왠지 좀 위험해 보인다. 누가 찍어준 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 사는 건 투자라 할 수 없지. 안 그래?
아내: 그래도 그렇게 잘한다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옛날에 금융기관에서 일했던 사람이래~ 
나: 짧은 순간에는 늘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건 순전히 운일뿐이야. 하루 동안 주식이 오르고 내릴 확률은 50 대 50이거든. 그게 재수가 좋아 며칠 돈을 벌 순 있겠지만 영원히 그럴 순 없지 않겠어? 그러다가 만약 주식 시장이 안 좋거나 그 주식에 문제가 있어서 하루 이틀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땐 어떡해? 과연 손해를 감수하고 팔 수 있을까? 게다가 많은 돈이 들어갔다면 잠도 안 오겠지. 그렇게 손해를 왕창 보고 결국 팔 수밖에 없게 되면 이게 바로 패가망신으로 가는 하이웨이 아니겠습니까!
아내: 그렇게 위험한 거야? 하긴 그렇게 돈을 쉽게 벌면 누구나 주식을 하겠지.. 그럼 우리 언닌 이제 어쩌지?
나: 내가 종목 추천해준 분이 누군진 모르지만 정말 좋은 뜻으로 해준 걸 수도 있잖아? 일단 아내가 잘 지켜봐. 지금 들어간 돈이 아주 큰 금액은 아니니깐 주식 공부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만약에 더 돈을 넣겠다고 하면 뜯어말려야 해! 주식이 기대 수익률이 큰 만큼 공부가 많이 필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공부해서 스스로 고르려는 노력보다 아는 사람이 찍어준 종목으로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믿는 게 문제야.
아내: 바로 나처럼...? 알았어... 내가 잘 지켜보고 있을게.


시키는 대로 하면 이런 집 하나 살 수 있을 줄 알았던 아내...

가끔 나에게도 모르는 번호를 통해 종목 매수 추천 문자가 온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안거야? 이런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넘치는 선의를 주체할 수 없어서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으로 귀한 정보를 보낸 건 아닐 거다. 그들이 흔드는 깃발에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나도 모르는 사이 작전 세력이 되는 거겠지. 


다시 한번 다짐한다. 수익률이 높은데 위험하지 않은 투자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 난 반드시 의심하겠다. 그렇게 좋으면 지들끼리 다 해먹었겠지!!


이후 아내를 통해 들었다. 4일 연속 수익을 내던 처형은 자신감이 넘쳐 전업 투자자를 꿈꾸게 되었다고.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주식시장이 크게 떨어졌을 때 처형이 산 종목들도 같이 떨어졌고 처형은 그날 산 주식들을 처음으로 그날 오후에 팔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고 있다. 아직까지 본전 회복을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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