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어 같은 경제 용어들
한동안 경제 공부와 소액 주식 투자를 하며 공부하던 아내가 오랜만에 질문을 해왔다.
아내 : 남편아~ 'R의 공포'가 뭐야? 기사에 왜 이렇게 많이 나와?
남편 :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봤지? R은 영어로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Recession의 앞글자인데 얼마 전에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상징 같은 사건이 생겨 특히 요새 많이 언급됐지. 말 그대로 경기침체가 와서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의 폭락이 올까 무섭다는 의미지.
아내 : 그거였구나. 근데 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 암튼 주식에 대해 예측하고 알려주는 전문가들 있잖아. 그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영어를 많이 써? 또 경제나 투자 공부를 하다 보면 유독 영단어나 약자가 많이 나와서 더 어려운 거 같아. 자주 나오는데 영 이해가 안 되는 단어들 몇 개 물어봐도 돼?
남편 : ㅎㅎ 맞아, 처음 들으면 외계어 같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 나도 그랬어. 오래 접하다 보니 익숙해졌는데 아내도 계속 접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야.
아내 : 그럼 먼저, '스프레드'는 뭐야? 엑셀인가?
남편 : 음... 그래, 그럴 수 있지. 스프레드가 뭐냐면, 우리나라 말로 하면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두 가지 지표의 차이를 얘기할 때 많이 쓰여. 예를 들면 아까 얘기한 'R의 공포'를 불러온 건 미국 장기 국채 금리(10년 물)와 단기 국채 금리(3개월 물)가 역전되었기 때문이야. 이때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의 차이를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라고 하지.
아내 : 헉, 스프레드가 그런 거였구나... 근데 그게 왜 무서운 건데?
남편 : 역사적으로 봤을 때 장단기 스프레드가 좁혀지다가 역전까지 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 후 1년 6개월 안에 경제 위기 같은 큰 경기 침체가 왔기 때문이야. 이해하기 쉽게 내가 친구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더라도 10년 동안 빌려줄 때 받는 이자율이 3개월 빌려줄 때보다는 당연히 커야 하잖아? 혹시 친구가 떼어먹고 도망갈 수도 있으니깐. 그런 위험을 내가 오랜 기간 동안 안고 있으려면 나도 그에 합당한 높은 이자를 받는 게 맞지. 근데 여러 가지 경제 환경에 따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해. 장기적으로 경기가 지금보다 안 좋을 거 같으면 금리도 같이 낮아져. 이건 채권과 관련된 거라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설명해줄게. 얼마나 안 좋으면 그게 3개월짜리 채권 이자율보다 낮아질까 생각해보면 위기의 징후로 봐도 괜찮겠지? 반대로 10년 물 금리는 비슷하게 있는데 중앙은행에서 기준 금리를 갑자기 급하게 막 올리면 단기 금리도 같이 오르잖아? 그렇게 역전되는 경우도 있는데 급격한 금리 상승은 아무래도 주식시장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야. 예전에 설명한 대로 금리가 낮을 때 주식 투자의 매력이 올라가는데 금리가 많이 오르면 돈이 위험이 덜한 자산들로 옮겨가니깐 주식 시장이 빠질 수도 있어. 이 정도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
아내 : 응응. 다음으로 궁금한 건 '컨센서스'야. 시장의 컨센서스는 뭐다라고 맨날 그러던데 이건 무슨 뜻이야?
남편 : 우리말로 하면 '다수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 시장의 컨센서스라고 하면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보통 기업의 이익을 전망할 때도 많이 쓰는데 A라는 회사의 올해 2분기 어닝 컨센서스는 100억이다라고 쓸 수 있지.
아내 : '어닝'? 그건 또 뭔데? ㅠ.ㅠ
남편 : 아, 나도 용어를 막 쓰고 있었네. 어닝은 이익이야. 보통 기업의 이익이란 의미로 많이 쓰여. 아까 얘기한 대로 시장의 컨센서스가 100억이었는데 A기업의 실제 이익이 발표됐을 때 110억을 벌었다라면 이익이 컨센서스보다 높게 나와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해. 예상보다 잘 나왔다는 뜻이지. 반대로 실제 이익이 90억이다라면 '어닝 쇼크'라고 하지. 이건 예상보다 덜 나왔다는 뜻이고.
아내 : 맞아. '서프라이즈', '쇼크' 다 놀랍다는 건데 무슨 차이지 했는데 이제 알겠다.
남편 : 아무래도 금융시장은 역사가 우리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이 깊다 보니 용어도 외국어가 많긴 해. 하하.
본격 투자 세계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아내.
다행히 공부에 흥미를 갖고 무리하지 않으며 실전 경험도 쌓고 있다.
갑자기 어려운 질문을 쏟아내는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도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아내의 다음 질문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