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입장정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입장정리 Feb 15. 2023

애플에 잠식되는 과정 (2)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아이폰을 구매하였지만 그 외 애플의 제품들은 나와 큰 연관이 없었고, 기계와 친하지 않았던 나는 그닥 살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어찌 세상 일이 내 생각대로만 돌아갈 수 있겠는가? 아이폰 하나 쥐고 혈혈단신으로 살아가던 나는 뜬금없이 맥북을 구매하게 된다. 데스크탑만 쓰다가 뜬금없이 맥북을 구매하게 된 연유는 '1000사이클 맥북'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간추려 말하자면 영상편집을 하겠답시고 호들갑을 떠느라 샀고, 호들갑이 잦아든 이후로는 웹서핑, 넷플릭스, 유튜브 머신으로 쓰는 중이다. 맥북의 장점은 디자인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얄팍한 허영심을 충족시킬 수 있고, 터치패드가 직관적이라서 마우스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단점은 공공기관에서 문서라도 하나 출력하려고 들면 어김없이 맥북을 닫고 데스크탑을 켜야 하며, 데스크탑이 고장났다면 피시방에 가야 한다. 그리고 터치패드가 좋긴 한데 글을 쓸 때 패드를 조금만 건드리면 커서가 있는 곳으로 클릭이 되어 이상한 곳에 글이 써진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패드를 눌러야 클릭이 되는 기능을 사용해 보았지만 손맛이 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최신 맥북의 경우 c타입 충전이니 어쩌니 usb가 없니 하지만 내 맥북은 사과 로고에 빛이 나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맥북인지라 그런 점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아이패드를 구매한 이유는 그림 때문이었다. 당시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서 판형 타블렛에 그림을 끄적거리다가 좀 더 나은 도구가 없는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던 도중 아이패드 광고에서 아티스트가 멋들어지게 애플 펜슬로 스케치를 하고 유화를 그리고 하는데 그걸 보면 꼭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거짓된 이미지에 현혹이 되어 아이패드를 샀다. 확실히 판형 타블렛보다는 그림을 그리기 좋았다. 덕분에 인스타툰도 몇 개 올려보고, 책 표지 디자인도 몇 번 해서 기계값은 벌었다. 현재 인스타툰은 귀찮아서 그만두고, 표지 디자인은 마감의 압박이 나를 옭아매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 후 아이패드는 침대에 누워서 보는 넷플릭스 및 유튜브 머신겸 밀리의 서재 등 ebook 읽기 머신 겸 업무용 기계로 쓰고 있다. 굿노트의 성능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문서를 많이 봐야 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 혹은 대학생에게도 좋을 것이다. 단점은 케이스까지 끼면 생각보다 무겁다는 점이다. 물론 전공 책 여러 권 보다는 무겁지 않을 테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순수하게 그림 연습만 할 것이라면 스케치북을 사는 것을 권장한다.

애플워치는 선물로 받았다. 시계인데 카카오톡이랑 문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제법 나쁘지 않다. 만약 와이파이 모델이 아니라 lte 모델이라면 스마트폰이 없이 시계만 차고도 밖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답장을 할 때는 그 작디작은 시계 화면에 대고 자판을 하나하나 눌러야 한다. 음성인식도 가능은 한데 영 알아듣는 능력이 모자라다. 그 외에도 운동량이나 심장박동도 측정할 수 있어서 심심할 때 체크해 보면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다만 기계 주제에 시도때도 없이 물을 마시라든지 일어나라든지 간섭을 해댄다는 점이 불쾌하다. 몇번 못이기는척 따라 주다가 감히 기계 따위가 인간을 통제하려 드는 것 같아 기능을 껐다.

애플워치의 가장 큰 단점은 충전이다. 시계를 이틀에 한 번 꼴로 충전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귀찮은 일이다. 전기세도 오르고 있는 이 시국에 환영받을만한 시계는 아닌 셈이다. 대부분의 경우 충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시계를 차면 까만 화면만이 나를 반긴다. 그래서 그냥 꺼진 상태로 차고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사실 꺼진 상태로 나가도 큰 문제는 없다. 시간 확인이 필요할 때면 아이폰을 꺼내면 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충전을 하지 않은 채로 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불편함은 없다. 누군가 그럴거면 그냥 팔찌를 차라고 하였다. 나름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지막 기기는 에어팟 프로다. 이때쯤 러닝을 시작했고, 음악을 들으며 러닝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충동적으로 샀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데 생각보다 좋다. 그렇다고 광고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나만의 세상이 생기고 하는 일은 없다. 그냥 음악 듣기에 적당히 좋은 수준이다. 게스트하우스에 갔을 때 코를 고는 사람들이 많길래 에어팟 프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이용해 잠을 잘 잤다. 그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지금까지 어쩌다 보니 앱등이가 되어버린 나의 애플 잠식기였다. 몇 가지 애로사항들 말고는 딱히 큰 불만 없이 잘 쓰고 있다. 물론 나는 기계에 그리 민감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 갤럭시 라인을 썼더라도 그럭저럭 썼을 것이다. 애플은 디자인이 괜찮고, 보안이 좋은 것, 그리고 기기간에 호환이 잘 된다는 것이 장점이자 덫이다. 막상 호환 기능을 잘 쓰지도 않으면서 다른 기계를 사면 호환이 안 될거야 그럼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될거야 하면서 두려움에 떤다. 언제까지 애플을 사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있는 기기들을 중고로 팔 때까지는 잘 써보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애플에 잠식되는 과정(1) - 아이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