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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dnesdayblue May 10. 2016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소녀는 누구였을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그림 속 소녀에 대한 대중적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소녀는 누구였을까?', '베르미르와는 어떤 관계였을까?'.. 작품의 유명도에 비해 실제 그림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작가는 푸른색 터번, 진주 귀걸이 그리고 화가를 바라보는 눈빛 등 그림 속 단서들을 통해 아름답고 슬픈 러브 스토리를 상상해냈다.


이야기의 배경은 1665년 네덜란드의 운하도시 델프트다.

작가가 상상한 소녀의 이름은 '그리트'(스칼렛 요한슨).16살이다. 소녀는 청화백자를 모사한 델프트 타일을 만드는 가난한 집안의 딸이고 아버지가 사고로 시력을 잃게되자 베르메르(콜린 퍼스) 집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베르메르는 일종의 처가살이 중이다. 질투심 가득한 아내와 여섯아이 그리고 베르메르 그림의 화상 역할을 하는 장모와 함께 살고 있다.

윗층 화실에 틀여박혀 장모가 물어다준 일감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의 일과다.

베이메르 그림의 주고객은 델프트의 귀족이자 후견인 라이벤.

작가는 위와 같은 설정하에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소녀는 청소하기 위해 들어간 화실에서 단숨에 베르메르의 그림에 매료되어 버린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빛과 색을 느낄 줄 아는 소녀였다.

특히 유리창 청소를 하려다 여주인에 달려가 청소여부를 묻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별 생각 없이 청소를 지시하는 여주인에게 그리트는 조심스럽게 답한다. '빛이 달라질 것 같다'고...

베르메르의 뮤즈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리트에게 영감을 받기 시작한 베르메르는 그녀에게 색을 보는 법과 물감을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화가와 뮤즈로서 그들은 조심스럽게 교감하지만 둘 사이는 넘어설 수 없는 신분의 벽과 그들을 의심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시선들이 존재한다.

어느 날 탐욕스런 후견인 라이벤이 소녀를 데려가길 요구하고 베이메르는 그녀를 지키는 조건으로 그리트의 초상화를 그리는 약속을 한다.


30대 유부남 화가와 16세 소녀의 사랑은 그림을 통해서 이어진다.

실제 베르메르의 다른 작품들은 그림속 인물들이 화가를 바라보지 않는다.  화가와 눈을 맞춘 작품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유일하다.

아마 이 지점에서 작가는 베르메르와 소녀의 사랑을 상상했을 것이다.


진주 귀걸이를 하기 위해 그녀의 귀를 뚫어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귓볼에서 흐르는 피는 그녀의 처녀성의 상실을 상징하는 듯 하다. 관능적이면서 둘 사이의 감정적 교감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당시 유럽사회에서 진주는 순수의 상징이었던 점에서 묘한 콘트라스트를 자아낸다.


둘은 화가와 피사체로서 눈빛만 주고 받을 뿐이다. 하지만 서로를 응시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간절함과 슬픔이 담겨 있음을 보는 이들은 느낄 수 있다. 결국 소녀의 초상화를 보고 질투를 느낀 부인이 소녀를 쫓아내버리고 만다.


집으로 돌아간 소녀에게 베르메르는 그림 속 그녀가 머리에 둘렀던 파란색 터번과 진주 귀걸이를 넣어 보낸다.

아마도 두 알의 진주 귀걸이는 베르메르의 정표였을 것이다. 사랑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남자의 마지막 회한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슈발리에는 그림 속 소녀의 눈빛에서 사랑과 슬픔을 엿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최적의 설정을 통해 왜 소녀가 그런 눈빛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작가의 상상력만큼이나 그림 속 소녀를 백프로의 싱크로률로 재현해낸 스칼렛 요한슨 역시 대단한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마치 소녀가 살아나온 듯 하다.


각종 스핀오프와 프리퀄들이 유행하는 요즘,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단연 최고의 프리퀄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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