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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dnote Sep 18. 2020

흥미로운 광고들

트렌드 분석

뉴발란스 greyday’를 맞아 그동안 인상깊게 본 몇 광고들을 모아봤습니다.




출처: 뉴발란스 인스타그램(@nblifesyle_kr)


뉴발란스 '#아빠의그레이 캠페인'


뉴발란스는 매년 시그니처 컬러인 그레이를 활용해 프로모션을 전개합니다.


작년 이맘때 뉴발란스는 ‘#아빠의그레이 아빠 프사 바꿔드리기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었죠. '아빠의 프로필 사진은 왜 멋이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스무명의 아빠들을 990, 574 제품과 함께 멋진 중년으로 변신시켰습니다. ‘아빠 신발’의 대명사이던 뉴발란스는 아빠를 멋지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나이키 '우리의 힘을 믿어'


“JUST DO IT”이란 역대급 표어를 탄생시킨 나이키답게 나이키의 광고는 항상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브랜드들이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강조한 광고들을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애플까지도 말이죠)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광고들 속에서 나이키는 이번에도 나이키했습니다.


나이키의 메인 광고대행사인 ‘와이든+케네디(Wieden+Kennedy)’가 만든 이 광고는 역동적인 스포츠 장면들을 모아 화면을 양분하고 서로 다른 동작을 이어 붙여 만들었습니다. 아트디렉터인 나오키 가(Naoki Ga)가 프로젝트를 리딩했는데, 그는 퇴사를 생각할 정도로 이번 광고가 본인 평생에 가장 힘든 편집이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광고를 위해 촬영된 장면이 아닌 실제 영상 소스를 찾기 위해 4,000개의 스포츠 경기를 보고 72경기를 선별한 후 최종적으로 53명의 선수를 선발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수집한 기존 영상들을 한 컷에 연결하기 위해 0.01초 단위로 높이와 수평도를 조절하고 속도와 색감, 그리고 배경까지 모두 편집자의 손을 거쳤다고 합니다. 이렇게 편집한 시간이 총 1,040시간이였다고 하네요. (출처: https://youtu.be/KBkc42lHd54)


이외에도 나이키는 수많은 수작들을 만들어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설현심석희를 모델로 건강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표현한 화보와 코비의 추모영상이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더 뉴 그랜저’


2019년 11월, 현대자동차는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더뉴그랜저를 출시합니다.


파격적인 디자인만큼이나 광고 역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2020 성공에 관하여”를 주제로 ‘사전예약’, ‘유튜버’, ‘아들의 걱정’, ‘퇴사하는 날’, ‘동창회’ 등 총 다섯편의 광고가 제작되었습니다.


‘회장님의 차’였던 각그랜저 시절 광고는 중후함과 ‘최고의 차’라는 플래그십을 강조했습니다. 그 후에는 중산층을 타깃으로 ‘삶을 대변하는 차’, 여유로움 등을 표현했고, 최근에는 기술과 스타일을 강조했었는데 이번 더뉴그랜저는 ‘성공’이란 키워드로 돌아왔습니다. 2008년 ‘잘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역대급 어그로성 문구를 기억하는 우리는 이번 사전예약 광고의 “성공하면 뭐할거냐”, ”그랜저 사야지”라는 대화에서 분명 기시감이 느껴지죠.


현대자동차는 성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대기업을 나와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유리천장을 뚫고 임원이 되고 세상에 없던 방법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등 변화한 세상에서의 새로운 성공 말이죠. 출시 후 계속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도로에 널려있는) 그랜저가 ‘성공의 상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이전 ‘성공의 상징’이 아닌 ‘다른 방식의 성공’이 필요했고, 적어도 이 광고에서만큼은 변화된 사회상과 젊어진 그랜저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세련되게 담아내며 ‘그랜저=성공’이란 올드한 메시지를 주 타깃층인 ‘영포티’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허영심을 자극하고 물질만능주의가 가득한 이 광고가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 광고가 그만큼 사회상을 잘 반영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비스포크’는 ‘Been spoken for’에서 유래한 말로 고객이 직접 옷감을 골라 취향에 맞게 ‘말한대로’ 제작하는 슈트를 의미했습니다. 최근에는 기성제품처럼 동일하게 대량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일을 말합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되고 있는 요즘, ‘비스포크’라는 단어가 많이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는 자신이 원하는 색상부터 구성과 기능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비스포크 광고에서 냉장고의 기능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족 구성을 보여주고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줍니다. 1·2인 가구, 3인 이상 가구 등 자신들에게 맞는 냉장고를 조합할 수 있다는 비스포크의 특징을 극대화한 광고인 것이죠. 비스포크의 광고는 가전제품의 것이라기보다는 가구 광고에 가까운데 이 역시 디자인에 초점을 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시몬스 광고처럼 가전제품이지만 감각적인 패션 광고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죠.





오비맥주 ‘카스’ : 아오르비 (A or B)


“정부가 모든 이의 선택을 통제하는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 '야스랜드'로 초대받은 그는 탈출을 시도한다.”

영화같은 이 스토리는 놀랍게도 오비맥주 '카스'의 광고 줄거리입니다.


스토리 뿐만 아니라 출연진도 최우식, 이정은, 이정현 등 화려한 면모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출연자는 바로 시청자입니다. 주인공은 끝없이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되는데, 그 선택을 이 광고를 보는 시청자가 하는 것이죠. 보는 사람의 선택의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는 일종의 인터렉티브(interective) 영화인 것입니다.


기획에서 들어나는 야심에 걸맞게 다양한 스토리에 따른 화려한 비주얼 또한 영화 못지 않습니다. 유튜브의 기능을 무척 영리하게 활용한 것은 물론, 사소한 선택까지 남에게 의존하는 ‘결정장애’ 세대에게 선택을 즐기라고 하는 숨은 메시지까지 MZ세대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어 놓은 광고였습니다. 참고로 이 광고에는 맥주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일본 리쿠르트 광고 : 모든 인생은 훌륭하다


"오늘도 계속해서 달린다. 모두가 달리기 선수다. 시계는 멈추지 않고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되돌아올 수 없는 마라톤 코스, 라이벌과 경쟁하며 시간의 흐름이라는 하나의 길을 우리들은 계속 달린다. 보다 빠르게,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저 앞에는 반드시 미래가 있을거라 믿으며. 반드시 결승점이 있을거라 믿으며. 인생은 마라톤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인생이란 그런 것인가?

아니야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야!


누가 정한 코스야. 누가 정한 결승점이야. 어디로 달리든 좋아. 어디를 향해도 좋아. 자기만의 길이 있어. 그길이 있는걸까 그건 몰라. 우리들이 아직 만나보지 못한 세상은 터무니없이 넓어. 그래 발을 내딛는거야. 고민하고 고민해서 끝까지 달려나가는거야. 실패해도 좋아 돌아가도 좋아. 누구와 비교안해도 돼. 길은 하나가 아니야. 결승점은 하나가 아니야. 그건 인간의 수만큼 있는거야.


모든 인생은 훌륭하다.

누가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했나?"




흔히들 말하는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는 비유를 살짝 비튼 일본 광고입니다.


전반적으로 많은 공감을 살 수 있는 내용으로 일본 특유의 감성적인 카피문구가 더해져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전해주는 광고였습니다. 다양한 직종의 채용을 만날 수 있다는 사이트의 장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광고같은데, 저는 도전의식을 고취시키는 광고의 내용과 그 광고 주체가 리쿠르트 기업이라는 점이 왜 자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전공이나 지금 하고있는 일이 광고와 전혀 관련이 없는 비전문가입니다. 그럼에도 위 광고들을 정리하며 나름대로 느낀 점을 순전히 대중의 시선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광고는 결국 "해당 제품만의 매력을 나타낼 수 있는 특정 메시지(a)를 마케팅 타깃의 특성(b)에 맞게 특별한 방식(c)으로 전달하기"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a를 무슨 b에 맞게 어떻게 c로 전달하느냐가 관건일텐데요. 이 중 하나라도 정확히 표현하면 좋은 광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위 광고들을 예로 들자면 비스포크가 '맞춤형'이란 특징을, 그리고 리크루트가 '모두 각자의 길이 있다'란 메시지(a)를 극단적으로 돋보이게 한 것이나 그랜저가 '영포티'의 특성(b)을 겨냥해 '새로운 성공'(a)을 강조하는 것 또는 아오르비와 뉴발란스가 mz세대(b)를 타깃으로 각각 영화와 메이크오버 포맷(c)을 활용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나이키처럼 모든 것을 잘하면 보는 사람에게 감동까지 주는 광고 그 이상의 걸작이 탄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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