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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dnote Jul 23. 2020

Inside 스니커 리셀 마켓

트렌드 분석

‘리셀(Resell)’, 즉 상품 되팔이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갔던 야구장 한편에 항상 보이던 암표상 아저씨들, 검정치마 콘서트 티켓을 중고나라에서 웃돈을 얹어 산 경험, 소위 ‘샤테크(샤넬+재테크)’라 불리며 한정판 명품을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해서 비싸게 파는 행위들 등이 모두 리셀이다.

 

정식 판매자와 구매자간이 아닌 1차 구매자와 2차 구매자 간의 2차 거래인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간단한 ‘수요-공급’ 기본 법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공급자가 한정된 수량의 재화를 공급하고 이를 원하는 수요자가 공급량보다 많으면 가격은 상승한다. 이 재화를 선점한 2차 공급자는 웃돈이라도 주고 사려는 2차 구매자를 만나 리셀이 이루어진다.

 

다만 리셀(Resell)의 일부는 시장교란과 불공정거래 문제 때문에 불법행위로 인식된다.


G-dragon PEACENINUSONE X Nike Air Force1 (출처: 나이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그동안 수집욕구를 불러일으키던 한정판 앨범, 가구, 기계, 귀금속, 시계 등이 리셀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스니커, 즉 운동화가 리셀의 주류로 떠오르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원래 마니아 층 사이에서 희귀한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2차 거래가 이루어지던 스니커즈 리셀은 최근 카니예웨스트의 이지부스트, 버질아블로의 더텐시리즈, 제리 로렌조의 피어오브갓, 트레비스 스캇 시리즈 등 유명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며 이제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익숙한 문화가 되었다.


특히 올해 초 지드래곤(G-Dragon/@xxxibgdrgn)이 국내 아티스트로서는 처음으로 나이키와 협업하여 출시한 파라노이즈 에어포스원(Nike Air Force 1 Para Noise)은 대중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현재 정점에 있는 스니커즈의 인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일부 제품의 리셀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해도 이는 극소수 한정판 상품의 경우이고, 비교적 값싼 가격에 대량으로 공급되는, 그리고 누구나 신고 있는 생활필수품인 신발은 금융상품으로써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카페에서 개인 간 거래만 이루어지던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네이버(정확히는 그 자회사인 스노우)무신사(MUSINSA)가 만든 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스니커 리셀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KREAM의 홈페이지


전 세계 스니커 리셀 시장은 지난해 20억 달러(2조 4,600억 원)였고 2025년까지 60억 달러(7조 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대체 시장규모가 얼만데?


관련 자료가 많지 않은지 매체들이 거의 동일하게 미국 중고의류 업체인 스레드업이 제시한 2020 리셀 리포트수치를 인용하고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스니커 리셀 시장은 지난해 20억 달러(2조 4,600억 원)였고 2025년까지 60억 달러(7조 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주요 스니커 리셀 플랫폼으로는 미국의 ‘StockX’, ‘GOAT’, 중국의 ‘Poison’, ‘NICE’ 등이 있다. 특히 선두주자인 ‘StockX’는 주식과 같이 스니커 매물의 가격 데이터를 차트 화했고 입찰형식의 구매방법, 편리한 결제수단 등을 구축하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중국에서도 사용자가 가장 많은 ‘Poison(두앱)’이 작년 상반기에만 거래액 3,400억 원을 기록하며 초고속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프로그’, ‘XXblue’ 등 업체가 스니커 리셀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시장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 개인 간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리셀 플랫폼도 서비스 초기단계라 관련 통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거대 플랫폼들이 사용자를 흡수하고 일정 수준의 거래량이 나오는 내년정도에는 국내 스니커 리셀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태도를 비추어 예상해 보면 국내 스니커 시장 작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신발이 가격이 오르는데?


일단 한정판이다.


간혹 일반 모델 중에도 입소문을 타서 리셀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한정판 모델이다. 앞서 말한 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기업들은 한정된 수량의 상품을 공급하여 줄 세우기를 유도하거나 바이럴 마케팅을 일으켜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킨다. 신발을 만들고 스토리를 입혀 공급을 제한하면 가격은 상승한다.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부스트 (Photo by Zach Ward on Unsplash)


그러면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스토리텔링이다.  


그동안 스포츠스타와의 협업에만 국한되어 왔던 브랜드들이 유명 아티스트 혹은 특정 브랜드와 콜라보하여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 역사는 꽤 오래되었는데 대표적으로 RUN DMC라는 힙합 아티스트가 아디다스의 슈퍼스타를 신고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정확히는 콜라보 제품은 아니지만) 그 후 요지야마모토, 후지와라히로시, 버질아블로, 카니예웨스트, 트레비스스캇, 제리로렌조 등이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협업하여 스니커를 출시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티스트들이 그동안 구축해 온 긍정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고, 아티스트들은 글로벌 기업의 이름값을 통해 자신의 상품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다. 콜라보 제품은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이는 제품 구매로 이어지게 한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브랜드 간 콜라보는 루이비통X슈프림과 최근 디올X에어조던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전통적인 명품 기업과 스트릿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명품 브랜드에게 그동안의 지루하고 따분했던 이미지를 탈피해 MZ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힙한 이미지를 덧입혀준다.


Supreme X LouisVuitton (Photo by Lazar Gugleta on Unsplash)


두 번째는 추억팔이다.


주로 나이키 제품에서 자주 보이는 스토리텔링으로 예전에 발매했던 제품을 리스탁하는 형식이다. 조던이 신고 플레이하던 농구화를 동경하던 이들 또는 학창 시절 돈이 없어 에어맥스를 못 산 이들이 자라 돈벌이를 하게 된 지금, 만약 추억 속 제품이 OG(오리지널) 이름을 달고 재출시되면 너도나도 추억에 잠겨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내 신발만 사는 게 아니다. 아이들 신발까지 사게 된다. 그러면 아이들은 또 자라나 어른이 되고 아버지가 사준 신발을 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나이키는 영원히 신발을 팔 수 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동물이니까.


그럼 주식 대신 신발을 사볼까?


아니. 리셀은 그냥 취미로만 하자.


예전에는 한정판 제품들을 선착순으로 발매하여 알바를 고용하는 등 사재기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장교란 방지를 위해 브랜드들이 무작위 추첨방식을 채택하여 발매하고 있다. 관련 기사를 보면 마치 모든 신발을 구하기만 하면 8배~15배 저절로 오르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 같이 묘사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런 신발이 내 손에 들어 올리도 만무하다.


또한 상품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한데, 내 눈에 예쁘다고 그 신발이 시장가치가 높은 건 절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심미안은 다르고 스니커의 경우 꼭 미모가 가치 판단의 절대 기준이 아님을 명심하자. 특히 스니커 시장은 자체적인 독특한 문화가 있어 이를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여러 루트를 거쳐 제법 싼값에 상품을 구하거나 밤을 지새워가며 상품을 구해 재판매와 재재판매를 통해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취미가 아니고서는 이런 지난한 과정을 버티기 힘들고 스니커에 대한 관심 또한 지속하기 어렵다. 수익도 노력에 비해 혹은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작아 보일 수 있다.


무신사가 만든 스니커 거래 앱 Soldout 홈페이지


마치 모든 신발을 구하기만 하면 8~15배 저절로 오르는 마법이 펼쳐지는 것 같이 묘사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런 신발이 내 손에 들어 올리도 만무하다.


혹시 나중에 세금을 걷지 않을까?


상품을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면 불로소득이고, 사재기해 폭리를 취한다면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 아무리 재화가 신발이라 하더라도 이를 매점매석 행위로 해석하면 물가 안정을 해치고 부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하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스니커를 리셀하여 소득이 1,200만 원 이상이면 부가세 대상이다. 원칙상 아무리 적은 금액이어도 차익이 발생하면 국세청에 기타 소득을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시장규모가 작거나 아직까지 통계가 잡히지 않아 이런 경우를 국세청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정 수준 미만의 개인 간 거래 소득은 세금을 걷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면세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 경우, 해외에서 ‘면세’를 받아 구매한 뒤 국내에서 재판매를 한다면 관세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설령 관세를 냈다고 해도, 수입업자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이 해외 직구 상품을 대량으로 국내에 들여와 재판매하고 소득신고를 하지 않으면 일종의 탈세범이 될 수 있다.

 

리셀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업체의 경우, 그리고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 혹은 법인의 경우 아직 명확한 근거나 사례는 없으나 다수의 리셀 거래에 대해 부가세, 법인세, 양도세, 거래세 등 어떤 명목으로든 별도의 과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NIKE Air jordan 4 Bred (Photo by who?du!nelson on Unsplash)


스니커 리셀의 매력


이제 신발은 생활필수품인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사치품으로 거듭났다. 비합리적인 소비 패턴과 인정받는 투자가치,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 등이 사치품과 닮아있다. 하지만 다른 점도 분명하다. 스니커만의 매력포인트가 있다.


일단 진입장벽이 낮다.

 

신발은 누구나 신고 언제든지 접근가능한 상품이다. 한정판의 경우 직접 신어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발사이즈와 아이디만 알고 있으면 쉽게 응모할 수 있고, 발매가격도 대부분 몇 십만 원대로 기타 투자 가능한 상품보다는 훨씬 접근성이 뛰어나다. 당첨의 기쁨은 덤이다.


또한 스니커 리셀은 패션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스니커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이런 문화가 자리를 잡는다면 큰 규모의 투자도 이루어져 산업 전반의 파이가 커질 수 있고, 이런 문화를 보고 자란 청소년 중에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이 나이키 부럽지 않은 자국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브컬처에서도 다양한 재밌는 시도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너무 수익만을 쫓아 투자라는 이름에 몰두해서 스니커 시장을 바라보지는 말자. 그러기에 이 시장은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더욱 멋진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다들 건강한 스니커 생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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