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에세이클럽
학창시절에는 돈이 없었고,
사회생활을 하니 시간이 없어,
운전면허를 못따고 있다는 변명으로 넘어간 나이 삼십 고개.
면허를 따고 나니 자차가 없어 운전을 못한다며 마흔을 넘기겠더라.
장롱에서 면허증을 꺼낸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반복되는 생활에 변주를 줄 필요는 있었다.
제법 오랫만에 잡은 운전대는 낯설었고 그걸 지켜보는 곰남편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쟁 같은 사랑.
언성을 높인다거냐 하는 건 없었는데 다짜고짜 유턴부터 시키는 곰남편의 티칭이 나와 안맞았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한 두 번만 운전해보면 당장 다음 주 출근부터 다닐 수 있겠거니 했다니까, 아니 그렇게 예상해줘서 고맙긴 한데 내가 뭐라고 했냐고. 다 까먹어서 기능부터 설명해달라고 했어 안했어? 그만하자.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버벅거렸지만 한적한 도로를 빙글빙글 돌다보니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남들 다 하는 운전이지만 내 인생에서 이렇게 한 걸음, 또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네. 빙글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