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o life Feb 21. 2023

제2막 문을 열었다. 햇살이 흘러들었다...

일상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는 문을 나선다.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기운이 손으로 밀려온다. 문밖은 얼마나 차가울까. 바람이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외투를 휘감더니 이내 사라진다. 문은 조금 더 열렸다. 아침 햇살이 복도의 창을 넘어 현관 앞에 마중 와있다. 바람이 가져온 공기는 맑았다. 햇살은 화사했고, 아직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이 떨어졌다. 밖이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차가운 공기를 다시 느낀다. 그늘은 늘 그렇게 숨어있다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긴 그림자가 계단을 다 차지하고 있다. 몸을 움츠린다. 목으로 스며든 찬 기운은 이내 따뜻해졌지만 한껏 움츠러든 목은 아직 따뜻하다는 걸 모르는 듯하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섰다. 다시 밖이다. 날은 맑았고, 하늘은 푸르렀고, 바람은 심술궂었다.


 지하철로 가는 길. 아침부터 부지런히 공사를 하시는 분들의 김이 어지러이 날아다녔다. 공사장의 먼지를 무심히 비질하는 분의 뒷모습이 보였다. 힐끗힐끗 위를 본다. 뭘 보시는 걸까. 따라 위를 봤지만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금세 스쳐 지나갔고, 다시 지하철로 걸었다. 마주 오는 사람과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분주하다. 그들의 바쁜 발걸음은 이미 저 멀리 내디뎠다.


 지하철, 어깨를 다닥다닥 붙어서 앉았다. 다행일지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 있는 사람과 자리를 잡고도 불편한 사람, 어디서 내릴지 안내판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 속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무심해지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고, 다른 세상에 있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달리고, 서고, 달리고 서는 동안 왼쪽으로 밀렸다가, 오른쪽으로 밀렸다가 한다. 사람들이 분주하다.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의 수는 같지 않았다. 많아졌다가 줄었다가 지하철의 자리는 비었다가 꽉 차기를 반복한다. 누군가는 일부러 일어나 자리를 내어주고, 누군가는 작은 모니터 세상에 빠져있다. 나의 시선은 책에서 벗어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도착한 목적지. 내리는 사람들 틈에 섰다. 지하철에서 벗어나 밖으로. 정오가 되기 전의 시간은 분주하지도, 그렇다고 여유롭지도 않다.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의 길만 보고 간다. 카메라를 꺼냈다. 지나가는 시간을 잡아보고 싶지만 잡고 싶은 시간이 보이지 않았다.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아메리카노, 적당히 큰 잔은 부담스러웠다. 자리를 잡고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이 한둘 모여서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기 시작한다. 모든 테이블에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웃음소리도, 짜증 난 소리도, 힘들다는 소리도, 그렇게 머물던 소리는 어느샌가 사그라들더니 빈자리를 애써 채우려고 이리저리 분주하다. 결국 그 소리마저 잦아들자. 배고픔이 밀려온다. 가자, 점심 먹으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