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이 4번이나 멈춰 세웠다.
길을 걷다 고개를 들고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출발, 얼마 안 가서 다시 고개를 들고 멈춰 선다. 그리고 출발. 그러길 두 번 더. 고갤 돌려 지나온 길을 보며 '오늘 왜 이래?' 한다. 이럴 일인가 싶을 정도로 신호등마다 걸렸다.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래 이상했다. 평소라면 두 번이면 지나갈 신호등이 한 번씩은 곱게 보내주는 일을 사양했다. 그래 이상했다. 돌아서서 "왜 이래!" 하고 다시 길을 가는데, 그 순간 알아챘다.
오늘 나의 발걸음이 무진장 느리다는 것을....
얼마 전 친구의 발병 소식에 마음에 걱정이 가득했다. 그리고 며칠이나 지나 조금은 내려앉았지 했는데 그게 아직 마음에 남아 있나 보다.
생각이 많아지니 걸음은 느려진다.
걱정이 많아지니 걸음이 느려진다.
고민이 많아지니 걸음조차 느려진다.
그렇게 나의 걸음이 느려지고, 느려졌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나?' 어쩌면 '그래도 그렇지'가 적용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나 보다. 그래, 그럴 때가 있다.
오늘 하루 그렇게 걸어 다녔으면 세상 무게가 모두 내 어깨에 있었겠다 싶다. 그냥 괜찮겠지. 하자. 걱정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걱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쁜 기운이 흘러갈지 모른다.
그러니 신호등아 내일은 3번만 하자. 아니 2번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