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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YSBE Oct 31. 2017

2. 위기에 처한 학교, 원인을 묻다

의미를 잃어버린 학교

  ‘한강의 기적’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195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급속 성장을 하여 경제강국이 된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전 동력의 1순위로 우리는 ‘교육’을 꼽습니다. 우리 나라는 자본도, 자원도 없었지만, 사람으로 일어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학교는 국민을 교육하는 기관으로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자식 교육에 지극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나라는 지금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부끄럽지 않은 비교적 부자 나라가 되었죠. 그렇다면 우리의 학교 시스템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바람직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대한민국은 가난에서 벗어났고, 우리 나라가 보여준 기적은 전세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그러나 공공의 목표가 뚜렷하면, ‘내부의 문제’는 덮이는 법이지요. 혹독한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동족상잔의 비극 후의 폐허 속에서 우리 나라의 가장 큰 과제는 ‘먹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지요. 배고픈 것이 문제인 시대에 삶의 질이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치일지도 몰라요. 그 결과, ‘목표(대의)’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하면 ‘사소한 것들(소의)’은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거쳐 형성되게 되었지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약간의 편법은 당연시 여기는 풍토도 형성되었습니다.

  처음에 결과에 있어서 이러한 풍토는 매우 빠르고 효과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한강의 기적’처럼 말이죠. 그러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커지고 곪아 언젠가 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터져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국가 경제가 먼저 성장한 후에’, ‘목표를 이룬 후에’, 등의 말로 늘 ‘인권’,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 ‘부의 재분배’ 등의 가치 문제는 뒷전이었던 것이 수십년이죠. 그 결과 곪아서 더이상 숨기게 될 수 없게 된 사회문제들이 각지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세월호 사건이나 최순실 국정농단이 대표적인 예지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이러한 사회 문제와 사회 풍토와 함께 갑니다. ‘대학’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위해서는 다른 ‘사소한 것들’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가치관은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지요. 하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곪은채로 수십년이 흘렀습니다.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는 ‘아이들의 삶과 인권’, ‘의미의 교육’, ‘삶의 교육’ 등의 수많은 가치를 ‘사소한 것들’로 치부하게 하여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과 교실 붕괴, 교사 권위의 추락은 교사나 학생들이 잘못하고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교육 풍토에서 오랫동안 곪아터진 문제들에 의한 것이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들 입니다.

  경제가 한창 성장하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사회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었던 때에는 학생들이 성공한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며 입시위주의 교육풍토를 속으로 견뎌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교사나 부모도 비록 지금은 고생이더라도 학생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교육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학교는 지식의 보고였고, 배움의 거의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에 학교가 가지는 권위와 의미가 컸었지요.

  그러나 오늘날 이미 배고픔은 해결이 되었고, 더이상 ‘좋은 대학’이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더이상 입시위주의 교육을 참아낼 내면적 이유가 없습니다. 어른들이 강요하기 때문에 억지로 견디고 있을 뿐이지요. 교사들이나 부모들도 배움에 의미를 두지 못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공부시키자니 정말 고욕입니다.

  또한 4차산업 혁명이 거론되고 있는 시대에, 학교가 예전과 같이 지식을 독점할 수도 없어졌습니다. 학교 본연의 존재의 이유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지요. 사회가 변화하는데 학교는 그대로라면, 학교는 역사의 산물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학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위기에 처한 학교, 원인을 묻다’ 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의 원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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