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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YSBE Nov 03. 2017

3-1. 학창 시절이 미래를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인생에서 더 가치로운 시기란 없다

  우리는 흔히들 학창 시절이 미래를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말합니다. 학창 시절을 잘 보내면 보다 편안하고 좋은 미래가 찾아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연 학창 시절이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기는 자라 어린이가 되고, 어린이는 커서 어른이 됩니다. 그렇다면 아기는 어른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어른이 단지 아기의 미래이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아니면 어른이 아기의 완성형이기 때문에?

  그럼 반문을 해 보지요. 어른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됩니다. 그리고 결국은 흙으로 돌아갑니다. 어른의 미래는 노인인데, 그렇다면 어른은 노인이 되기 위해 사는 건가요? 사람은 결국 죽기 위해 사나요? 말이 되지 않지요. 어른이 아기의 완성형이라는 말도 모순 투성이 입니다. 어른이 아기의 완성형이라면, 몇 살 때 사람은 완성이 되나요? 육체의 완성은 스무살이면 되지만, 정신이 성숙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른데요.

  인생에서 더 가치로운 시기란 없습니다. 학창 시절은 학창 시절대로, 어른의 시기는 어른의 시기 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모든 시기에 충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사람은 어느 시기이든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아기에게는 아기의 삶이 있고, 어른에게는 어른의 삶이 있습니다. 우리는 노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만 노인이 되어도 삶은 존재하며, 그 삶은 얼마든지 풍요로울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이 있다는 것이지요.

  미래는 가상의 시간일 뿐이며, 사람은 늘 현재를 살아갑니다. 삶이란 무수히 많은 현재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몸은 현재에 있는데 삶의 초점이 미래에 맞춰져 있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과거만 회상하면서 사는 노인이 불행한 것과 비슷한 원리 입니다. 삶의 초점이 미래도, 과거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즉 ‘현재’에 맞춰져 있을 때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낍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을 떠올려 보세요.(가령 연인과의 키스와 같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으면, 과거에 대한 생각도 미래에 대한 생각도 떠오르지 않지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을 하게 됩니다.

  

  현재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사람은 그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학창 시절 친구가 평생을 간다고 하지요. 물론 사회에 나와서도 좋은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많기는 하지만, 학창 시절 친구는 좀 더 특별합니다. 이 시기에 사귀어 놓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 사귀고자 한들 느낌이 다릅니다. 청소년기에 하는 풋사랑은 그 시기에 경험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 할 수 없습니다. 풋사랑을 꼭 해봐야 한다거나, 어른이 되어 하는 사랑이 그보다 순수하지 못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종류의 감정은 그 시기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여행을 다니면서 하는 경험은 어떤가요? 성인이 되어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과는 그 성격이 다릅니다. 어린 시절 결핍된 것은 어른이 되어 채우려고 해도 완전히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의 행복을 미래를 위해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또한 미래를 위해 무리를 해서 현재를 희생하면, 계속해서 무리한 삶을 살아야 하는 위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성실하게 공부를 해서 10등을 할 아이가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무리를 해서 3등을 하면, 그 3등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행복을 미룰 수밖에 없다면, 그 끝은 어디인가요? 언제부터는 행복을 미루지 않을 수 있을까요? 행복한 미래를 꿈만 꾸다 나이를 먹고서야 후회를 하게 됩니다. 그때, 좀 더 나에게 관대해도 좋았을걸. 하고 싶었던 것 하고, 나답게 살아볼걸, 하고요.


  현명한 사람은 미래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미래만 준비하는 사람은 어리석습니다. 미래에 대한 적당한 준비는 필요하겠지만, 미래가 현재를 삼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멋진 미래를 위해 현재를 꼭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면, 멋진 미래는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를 산다는 것이 그저 놀기만 하고, 제멋대로 산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현재를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삶의 균형을 잘 맞추면 현재를 잘 사는 것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과 휴식의 균형, 가정 생활과 직장 생활 사이의 균형,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의 균형 등등. 학창 시절에 적용해 생각해 본다면, 공부와 휴식의 균형, 가정에서의 생활과 학교 생활 사이의 균형, 연애나 친구와 보내는 시간과 자기 성찰 및 공부 간의 균형 등등이 있을 수 있겠지요. 학창 시절의 균형잡힌 삶은 아이들이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경험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다양한 경험으로 자기 자신의 성향과 자신이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지 파악함으로써 자신에게 맞는 미래의 방향 설정에도 도움을 주지요.

  학창 시절은 학창 시절대로 풍요로워야 합니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자신에 대한 성찰을 많이 해서 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합니다. 친구들, 가족들과도 많은 추억을 쌓아야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풋사랑도 해보면 좋죠. 가끔은 신나게 노는 추억도 남겨놓아야 겠지요. 이 시기에 만든 추억은 평생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또한 이 시기에 자아 성찰을 많이 해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추억 만들기와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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