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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Oct 05. 2023

슬렉? 노션이 뭐죠?

스타트업 업무툴 수난기


"우선 메일로 온보딩 문서 안내드릴게요." 


"메일 보시고 구글 공용 계정에 로그인하시고 슬랙이랑 노션 가입하시면 됩니다."


'네...? 잠시만요... 뭐라고요...? 슬렉이요..? 노션은 또 뭘까요...?"


난생처음 듣는 생소한 용어들이 쏟아졌다. 재빠르게 네이버 검색창에 슬렉과 노션을 검색해 본다. 슬렉은 스타트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협업툴이고, 노션은 주로 문서를 모아서 공유하는 툴인 것 같네. 근데 가입은 어떻게 하지? 가입하는 방법에 대해 몇 차례 블로그를 글들을 읽어보고 나서야 겨우 가입에 성공했다.

가입은 했는데,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요? 머릿속이 빙글빙글 돈다. 본격적인 업무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험난하다. 처음 스마트폰을 배우는 노인들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공공기관에서는 주로 한글 파일이라고 부르는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모든 문서가 한글 파일로 작성되며, 다른 툴은 보안상 아예 작동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공공기관에서만 쭉 일했던 나는, 한글 파일, 엑셀, 피피티 외에 다른 툴은 거의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슬렉이나 노션은 존재 자체를 몰랐으며 심지어 구글 닥스가 무엇이지 알지도 못했던 내가, 감히 스타트업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서른다섯, 어쩌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중간인 나이,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안정을 택하고 열정이 사그라들어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업무를 하는 나이. 영혼 없이 몸만 왔다 갔다 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 속에서 공공기관에서 스타트업이라는 엄청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툴이 등장해서 나를 괴롭혔다. 매주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내 업무의 특성상 '스티비'라는 뉴스레터 발송을 도와주는 업체의 툴도 익혀야 했다. 슬렉과 노션이 익숙해질 무렵, '먼데이'라는 새로운 툴이 등장했고 '게더타운'이라는 메타버스 사무실이 등장했다. 

특히, 이 게더타운은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는데 빨리 달리거나, 박수를 치거나,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다들 사무실을 가장한 게더타운에서 일과 놀이를 동시에 진행할 때, 나에게 할당된 공간에 처박혀서 다른 이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나중엔 물어물어 사용하긴 했지만, 내가 사용할 수 있을 무렵에 새로운 기능이 유행했다. 나는 너무 느렸다.)  



하지만 정작 나를 괴롭게 했던 건 업무툴이 아니었다. 툴이야 배우면 됐고, 느리지만 어떻게든 따라가면서 스타트업 문화를 온몸으로 익혔지만, '이것'만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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