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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Aug 15. 2023

[시월의 시집:시2] 사모곡 - 박꽃

사모곡(박꽃)

시월

무더운 태풍이 가슴을 할퀴고

빗물에 울고만 쓰라린 계절

그 여름에 하얀 박꽃이 핍니다

누워 자라도 지붕을 푸르게 엮다가

여물게 익은 박 하나 안겨주고파

해가 진 어둠에 하얗게 웃었습니다

그대 곁이라면 뒤웅박이라도

있는 속 없는 속 다 긁어내어서

단 한 순간이라도 웃게할 수 있다면... 텅 빈 속은 우물 곁에서 반토막나도

이젠 달빛으로 머금은 물 한줌 채워

다음 계절 그대 하얗게 피도록

그대 위해 쏟아놓겠습니다

여름이 오면

많은 말보다

하얀 박꽃이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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