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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Sep 03. 2023

당신을 위한 간호법

Intro 간호법, 넌 어떻게 생각해?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시점에 지인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간호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었다.


그 때 받았던 질문 세가지를 떠올려본다.



1) 결국 간호사들을 위한 법 아니냐?


모든 집단은 집단 이기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집단에 이익이 되지 않는데 수많은 구성원들이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서 이것을 추진할 이유는 전혀 없을거니까 간호법은 분명 간호사들의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건 기억해야한다. 사회의 시민으로서 의료 현장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는 모든 사람들이 의료법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결국 간호법도 시민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간호사 그 자체보다, 간호법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면밀하고 정확하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간호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1년내 이직율도 높고, 경험과 지식이 많은 간호사들은 결국 현장에서 떠난다. 불분명한 업무 경계에 서서 과도한 부담감을 짊어지고 일하는 것도 사실이다. 때로는 의사의 업무도, 때로는 간병사 등 다른 직종의 업무와 책임도 짊어져야한다.


병원 안, 그리고 병원 밖의 간호사와 만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간호법이 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간호사와 닿는 모든 곳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2) 간호사들은 간호법에 대해서 뭘 알고 동의하는거냐?


간호법의 세부사항을 낱낱이 파헤쳐서 어떤 법이 좋고 아니고를 정책 전문가들처럼 옳다 그르다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핵심이 되는 쟁점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고, 쟁점에 대한 생각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고 짐작해 볼 뿐이다. 그래서 사실 이 질문을 받을 땐 딱히 대답해줄 말이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그 일을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이런 글을 시작해본다.


 사실 간호사지만 간호법에 뭐라고 써져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간호사'의 직업을 가지고 '간호현장'에서 일하면서 당연히 간호사가 보호받기를 원한다. '법'은 그런 역할을 해줄거라 기대하는 간호사들의 절박한 심정은 구체적인 법조문을 몰라도 타는 목마름으로 지지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실, 법은 여러가지 기능을 한다. 이익을 담보해주기도 하지만 규제도 하고 있다. 단적으로 의료법이 과연 의사를 보호하는 법인가 할 때 꼭 그렇지도 않다. 현장에서 많은 의사들은 의료법의 제약 아래서 일하고 있다.


간호의 영역을 지키는 동시에 간호가 사회에 그늘이 되지 않도록 제약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 간호법에 대해 '간호사들만의 법'을 너머 이런 지점에서 같이 이야기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동시에 간호사들 너네는 뭘 아냐고 묻기 전에, 그게 무엇인지 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 뜯어본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간호법에 찬성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이의 찬성을 끌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무엇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브런치가 내어준 지면을 빌려보는 것이다. 



3) 굳이 없던 법을 만들어야 하는가?


 우주에 없던 간호법을 한국만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간호법의 선례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없던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보완하고자 한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한국은 의료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간호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우수한 간호사들이 해외 간호사를 꿈꾸고 실제로 도전하고 있다. 임상에서 오랜 꿈을 꾸는 간호사들은 많지 않은 건 슬프지만 직면해야할 현실이다. 그런데 간호의 영역은 '병원'을 넘어서서 여러 경계가 불분명한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가정간호에 대한 비전이 커지고, 실제로 지원도 많아졌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치료(cure)'를 넘어서서 '돌봄(care)'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를 확인할 수 있다.


  간호사가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하게 필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고, 또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곳에 법이 없다면 보호받지 못하는 건 간호사 뿐만 아니라 그 간호사를 만나야하는 (또는 만나야하는데 만날 수 없는) 당신일지도 모른다. 간호의 공급과 유지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하기 위해서, 또 불분명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간호법은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영역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들여다보다 보면, '새로운 법'이 아니라 '다듬는 법'이라는 것을 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글을 시작하는 나는 사실 법을 전공하는 사람도 아니고, 30대에 직장생활과 육아만으로 숨이 허덕거려지는 워킹맘이다. 앞으로 할 이야기들이 전문적인 부분에서 모자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간호법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더 받기 위해서, 간호사들 조차도 스스로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우리의 언어로 공유하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평범한 목소리와 소박한 언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시작해본다.


 간호법은 폐기되었지만 간호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 멈추지 않는 간호사의 의지를 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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