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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Oct 02. 2023

황금들녘은 잊어야 할지도...

놀라운 벼 품종의 세계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쌀을 선물로 자주 받습니다. 대개 1~5kg 포장으로 된 것이죠. 기분이 참 좋습니다. 굳이 가격을 매길 필요는 없죠. 밥을 먹을 때 쌀이 바뀐 걸 압니다. 식감이 다 다르고 맛과 향도 다릅니다. 그때마다 "이건 어디서 온 쌀이지?"라고 떠올립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쌀을 먹는 사람 중 하나가 않을까,라는 즐거운 상상도 합니다. 굳이 비싼 와인이나 위스키만 가지고 이야기할 건 또 아니죠.



국립농업박물관에 갔을 때 좁은 포장에 정말 다양한 벼가 심어져 있는 걸 봤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 보는 게 대부분입니다. 곡물이라는 게 단일 품종이 넓은 면적에 심어지는 것이라 한 장소에서 여러 품종을 볼 일은 없습니다. 물론 예외 없는 법칙은 없죠!



이것도 예술 작품처럼 알고 보면 굉장히 놀랍습니다. 까락(벼의 수염)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알곡의 모양과 이삭 당 낱알수, 키와 주당 분얼수, 벼의 색과 이삭의 모양 등 외형적이 차이를 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병충해에 견디는 능력, 쓰러지지 않는 정도, 쌀로 도정했을 때 밥맛과 가공적성 등.... 여러 구분인자가 있습니다. 육종가들은 이를 모두 구분해서 품종을 만듭니다.



벼의 모양을 보면 육종가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품종을 만들었을지 상상을 해보는 거죠. 그 시대의 고민이 베여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벼 품종에 사용된 과학기술을 알면 더 놀라게 됩니다. 달 탐사나 반도체에 사용된 과학보다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죠. 



여기서도 농업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데요, 작물은 아주 짧은 시기 동안만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농업 관련 행사가 대부분 그렇습니다. 3~10일 정도의 행사를 위해서 식물을 키우는 일은 몇 달 동안 준비를 해야 합니다. 행사 기간 동안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모든 식물의 파종시기를 달리해야 하고, 환경을 조금씩 조절해서 딱 그 시기에 꽃을 피우거나 최상의 모양이 되도록 조절해야 합니다. AI 도움도 없이 이것도 모두 사람들이 계산해서 합니다. 



이번 가을에도 수많은 농업 관련 행사나 축제가 열립니다. 그 속에 숨어있는 과학과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노고를 알고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또 보이죠. 해리포터의 승강장처럼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보게 됩니다. 



농업박물관의 벼품종 전시는 아마 길어도 한두 주 정도 더 지속되겠죠. 제가 느꼈던 경이로움을 다른 분들도 한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에 고개를 뻗뻗이 들고 있는 녀석은 '졸장벼'인데, 이름이 왜 졸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항상 옳은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같아서 골라봤습니다. 


졸장벼

#국립농업박물관 #수원 #벼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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