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Jan 27. 2023

곰팡이 아트, 대박을 꿈꾸며...

아마도 이건 처음 보셨겠죠? 곰팡이 아트의 단점은 곰팡이는 생물이라 계속 자란다는 것이죠. 그러니 보관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모양을 전시날에 맞추기 위해서는 성장을 조절해야 합니다. 항온기로 온도를 조절하면서 성장속도를 맞추었겠죠. 그래서 이런 놀라운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지난주(2023.1.19.)에 있었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미생물과에서 주관한 토론회에 전시가 되었던 작품인데, 이 분야 연구자들은 스스로를 드러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학회 같은 데서야 익숙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죠. 그 말은 중요도에 비해 인지도는 매우 낮다는 뜻입니다. 이 놀라운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도 생각과는 달리 바람을 많이 탑니다. 절간 생활 비슷하게 살고 있는 연구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죠.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으면, 즉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투자가 늘고 산업이 활성화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반대의 상황이면 학계에서는 중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정책에 반영되거나 산업화되는데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정말 농업미생물은 중요할까요?


진정으로 그렇습니다. 사실 최고 고난도 기술은 비료나 농약을 살포해서 해결하는 게 아니고 생태계 내에서 균형을 회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농사를 짓는다는 건 그 자체가 이미 생태계의 균형에 영향을 주는 행위이므로 그에 따라 생물들도 반응을 하기 마련입니다. 작물을 먹이로 하는 병과 충이 번성을 할 기회를 얻고, 농업적으로 유용한 다른 생물과 미생물은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보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농약과 비료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럴수록 균형은 더 깨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환경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가중됩니다. 익숙한 이야기죠.


비료의 사용은 하천의 부영영화와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줍니다. 줄이면 좋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어떤 미생물들은 토양 속의 양분 가용율을 높이거나 뿌리 성장을 촉진해서(원인과 결과가 좀 복잡하긴 합니다만) 비료를 덜 사용하고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축사에서는 악취를 발생하는 균들을 억제해서 냄새를 줄이기도 하고, 가축의 소화를 도와서 성장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미생물은 이미 농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체입니다.



미생물이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곳, 또는 기대를 하는 분야는  병해충을 억제해서 농약이 없이도 농사를 가능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미생물들이 이런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과수화상병(한번 발생하면 과수원을 폐원해야 하고 농약도 없는)에도 미생물이 사용되었습니다. 생물들 간 경쟁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인삼이나 고추 같은 작물의 연작장해를 해결하는데도 미생물은 매우 유용합니다. 미국 농부들은 항상 미생물제를 초기에 밭 갈 때 같이 사용하는 걸 봅니다. 비료와 농약 사용량이 엄격히 제한되어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게 크게 작용합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분석하는 기술이 엄청나게 진보하면서 미생물 분야가 새롭게 주목받기도 합니다. 차세대유전자분석기(NGS)라고 불리는 장비들이 도입되면서 지금까지는 기껏 10%도 알지 못하던 미생물의 세계를 통째로 다 분석할 수 있게 되었죠. 이 분야는 아직 초창기라 굉장한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대박이 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이죠. 



우리나라의 농업미생물 연구 수준은 세계 탑티어입니다. 농업미생물 균주센터도 그렇고 연구 수준도 그렇습니다. 제 친구인 홍박사는 축구도 잘합니다. 아쉽게도 농업 미생물 산업은 그렇지 못한데 역시나 시장의 문제가 큽니다. 한번 공짜로 풀린 상품이 시장에서 가격으로 승부하기는 어려운 게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낮은 신뢰도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생물이라는 건 어느 정도 개체수 밀도가 확보되어야 효과를 발휘하는 데 초기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것 역시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제는 어떻게 시장에 진입해야 할지 알고 있으니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역시 국내는 시장 규모, 농가 규모의 문제로 가성비와 성장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아마도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국내 농업미생물 시장도 고도화되는 방향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제약조건을 극복할 수 있으면 미래산업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입니다. 환경과 기후에는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국민들의 관심이 커진다면 아마도 이 속도가 더 빨라지겠죠. 농업미생물은 수 십 년 전부터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이해했지만 우리가 등한시한 분야이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가니 미생물 아트를 만든 곰팡이 연구자들의 외침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이해가 가죠. 왜 이렇게 해야 했는지를....


저야 옛 동료들이 근무하는 곳이고, 제가 또 석사는 미생물 연구실에서 하기도 해서 익숙하지만 정말 너무 놀랍고 흥미진진한 분야입니다. 알면 알수록 더 놀라운 세계입니다. 제가하는 독서클럽에서도 한 주는 놀라운 미생물 세계를 다룰 예정입니다. 물론 이 분야 스타트업이 나오면 일단 투자부터 합니다. 대박을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물론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