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꾸며....
우리 농업에 대해 낭만적인 생각을 하지만 가끔 내정한 현실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길 굳이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가끔은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를 인구 트렌드를 통해서 한번 살펴보는 건 의미가 충분하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살아갈지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1. 작년 초에 발표한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를 보면(그림 1) 2020~2030년 사이 노동가능인구(15-64세)는 320만 명이 줄어들 것이라 추정했다. 전체 인구도 아니고 노동인구만으로 쳐도 경남의 전체 인구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여파이다.
2. 2021년 발표된(그림 2) 인구 추계를 살펴보면 2030년까지 연평균 6만 명의 인구가 줄어든다. 충남 태안군 정도의 인구가 매년 줄어든다. 경북의 인구가 작은 군으로 치면 3개 군의 인구가 매년 줄어드는 것이다. 이미 우리가 알던 세상은 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성년이 되어 살아갈 세상이 어떨지 상상이 간다.
위의 그래프로르 보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짐작할 수 있다.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8% 정도인데 이 세대가 40-50대가 되면 거의 50%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 그 세상이 어떨지 궁금하면 경북 북부 지방의 농촌을 방문해보면 된다. 그곳이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3. 주요 노동인구(25-54세)에 해당하는 연령도 2020년 대비 7년 후에는 270만 명이 줄어든다(그림 3). 이미 도시의 서비스 업종에서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폐업을 하는 지경이다. 7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4, 그럼 이 인구의 대부분이 어디서 줄어들까? 다른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지방과 농촌이다. 그런데 농업고용인력 자료 추계를 보면 그렇게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고령 인력이 빈자리를 메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현재 구조 하에서 농업은 아주 극심한 고령화와 영세화로 치닫게 될 것이다. 그 와중에 일부는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고.
여기에는 약간의 통계적인 왜곡이 생길 수 있다. 기존 농민의 고령화가 너무 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귀농하시는 분들의 연령이 젊어지는 효과이다. 당분간 농민의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각 연령대별 경작면적 비중을 고려하면 대세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5. 우리 농업이 지속 가능 할 수 있을까? 지금도 우리 농업의 인구 구조 상 혁신이 거의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농가 인구 구조가 이렇게 변해가면 소득을 높일 수 있는(또는 유지하는) 방법은 하나(정부 지원 증가)만 남는다. 그 외에 어떠한 변화도 불가능하다. 그러면 농민소득지원 정책을 강화하면 청년들이 농촌으로 들어올까?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출산장려금을 늘리면 출산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리만큼 아득하게 느껴진다. 농업이 중요하고 그래서 지속되어야 한다면 최소한 청년이 들어올 수 있는 기본 조건은 충족을 해야 한다. 왜 노인들에게 필요한 제도를 청년들 핑계를 대는지.. 이 부분에서 좀 빈정 상했다.
6. 그런데 위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이런저런 어떤 특단의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농업에서 25-55세 사이의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걸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거의 300만의 인구가 이 이 연령대에서 빠져나간다. 미래의 농촌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는 명확하다. 우리나라 경제 역시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고, 농업에 대한 지원 역시 지금처럼 계속되기 어렵다는 것도 가정해야만 한다. 그런데 낭만적인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과연 "농업이 중요하다"는 말에 어떤 진정성을 느낄 수가 있을까?
7. 그럼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구가 줄어들어도 농사가 가능하도록 스마트화하고 기계화율을 높여야 하고, 농사작업을 서비스할 수 있는 농기업을 늘려야 한다. 이게 너무 당연한 거 아닐까? 그럼 이런 구조가 작동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 이 역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경영단위, 이게 안되면 최소한 농작업 단위라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게 가능한 여력이 있을 때 해야 한다.
농업은 뭘 대충 준비하려해도 5~10년은 후딱 지나간다.
8. 오해를 할까 싶어서 굳이 부연하면, 구분이 어려울 때가 많기는 하지만 복지정책으로 해야 할 일을 산업정책으로 풀려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농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늘어나야겠지만 복지와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려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미래 인구 구조 상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처럼 헛 힘쓰지도 말았으면 한다. 농업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을 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어렵다고 말하지만 좋았던 시절이 이제 겨우 끝나가는 것뿐이다.
1. 박진희 등(2021).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2020-2030. 한국고용정보원(2021. 12.)
2. 통계청. 장래 인구 및 가구 추계(2020-2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