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Nov 19. 2024

사과의 미래

세계 사과 데이터에서 보는 사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2024년 겨울은 사과값이 폭등을 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물가불안과 맞물리면서 농산물이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이건 역시 어느 정도의 사실과 어느 정도의 과장이 섞여 있기 마련입니다. 이럴 경우는 데이터로 한번 들여다보면 됩니다. 자! 그럼 데이터 여행을 한번 떠나 보실까요! 


사과의 생산성 비교

가장 먼저 할 일은 각 국가별로 사과의 생산성을 비교를 해봅시다. 생산성이 높으면 가격은 낮아지기 마련이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가격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뭐~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일단 비교부터 해본 후에 논해보자고요.


이럴 때는 FAO 통계 데이터(2022년)를 가져와서 그려봤습니다. FAO는 각 나라별로 농업 관련 데이터를 아주 잘 수집하고 정리하고 있는 국제기구입니다. 이외에도 OECD도 농업정책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외에는 연구자료를 참고해야 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재배면적(ha)과 생산성(kg/ha)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조금 보입니다. 이 그래프는 이렇게 말을 하는 듯하죠.


2022년의 사과의 생산성 및 재배면적(FAO)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는 생산한 사과의 대부분을 수출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사과를 수출하고 싶어 합니다. 여름철에 신선한 사과를 수출할 수 있으니, 시장은 충분히 크죠. 남반구에 있는 국가의 장점입니다. 사과는 저장성이 좋은 과일이어서, 북반구의 국가도 그나마 시장을 방어하는 데 유리합니다. 뉴질랜드를 비교 대상으로 가져온 이유는 잠재 수입국이라는 것 이외에도, 한국과의 사과 생산량이 비슷합니다. 그런데 재배면적은 한국의 3분의 1이 안됩니다. 생산성이 약 3.5배나 더 높습니다.


유럽의 국가들과 비교를 해보도 생산성의 차이가 2배 이상은 납니다. 네덜란드는 약 2.5배, 프랑스는 2배, 미국은 2.3배입니다. 반면 한국과 비슷한 환경인 일본은 한국보다 생산성이 약 29% 정도 더 높습니다. 여기 나와 있지는 않지만 중국은 일본보다 생산성이 조금 더 높습니다. 


이것도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농경지 면적인 대략 2.8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 사과면적도 이 비율과 비슷하겠지 생각하시겠지만, 일본은 한국과 사과재배 면적이 거의 비슷합니다. 2천 핵타르 정도의 차이(약 6%)에 불과합니다. 이 말은 한국에서 사과를 과하게 많이 재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일본은 뉴질랜드에서 사과를 966만 달러(USD) 정도를 수입했습니다. 미국이 아주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수입하는 사과의 약 98%는 뉴질랜드산이죠. 일본 전체 사과 생산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 데이터로 알 수 있는 건, 우리가 과하게 사과에 몰빵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건 닫힌 시장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생산성은 매우 낮습니다. 기술이나 병해충, 기후대가 사과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고요. 그 갭(gap)을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그렇다는 것이죠.


세계의 사과 생산 현황

이렇게 이야기하면 항상 따라붙는 반론이 있습니다. 한국은 굵은 사과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을 수 있다,라는 말이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주로 과일이 명절 때 선물용으로 거의 절반이 팔리다 보니 굵게 생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건 뒤에 다시 다루고, 먼저 세계 사과 생산은 어떻게 되나 한번 살펴보죠. '데이터로 보는 세상(Our World in Data)'에서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FAO의 자료를 기반으로 인터액티브한 데이터를 보여줍니다.


사과생산


전 세계의 사과 생산량은 꾸준하게 우상향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일도 역시 밥 걱정을 덜어야 먹을 수 있는 식품이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하겠죠. 데이터를 보면서 놀랐던 건 중국입니다. 중국은 1990년 이후 로켓을 탄 것처럼 생산량이 증가합니다. 세계 사과의 절반이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사과 구출국입니다. 주로 아시아권에 수출을 합니다. 주스로도 많이 수출하고요.


그리고 터키와 폴란드의 생산량 증가가 뚜렷합니다. 이러면 유럽의 사과 농가들이 힘들겠죠. 역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모두 조금씩 사과 생산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사과의 원산지인 중앙아시아는 별로 사과 생산을 안 합니다. 우즈베키스탄만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증가합니다. 독일의 변화가 가장 극적인데요, 생산량의 진폭이 엄청나다가, 2000년대 이후에 안정세를 보입니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독일의 사과산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해지긴 합니다. 기후의 문제이거나 노동력의 문제 일수도 있겠죠.  


사과의 생산량 그래프를 보고 있으면  엄청 스파이크가 심합니다. 그만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이라는 뜻이겠죠. 유럽은 2017년에 사과작황이 전반적으로 나빴습니다. 그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봄철에 서리가 많이 왔거나,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병이 심했거나, 아니면 너무 덥고 가물었겠죠. 이 중 둘 이상이 2020년, 2023년 한국의 사과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사과생산 농가라면....

우리나라는 신선 사과는 수입을 하지 않습니다. 검역 때문에 그렇습니다. 검역관들이 엄격하게 해서 수입을 막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을 만큼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국내 사과 생산량의 변동폭이 커졌습니다. 2020년, 2023년에 사과 생산이 크게 줄었고,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소비자들은 불만이고 한국은행은 물가관리가 힘드니 또 불만입니다. 올초에 한은총재가 직접 이문제를 언급해서 한동안 농업계에서 좀 시끄러웠습니다.


OEC 사과 수출입 데이터


그런데 언젠가는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검역이라는 게 조건만 충족하면 허가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수출국에서 그렇게 작정하고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이라는 시장이 그리 큰 건 아니니 말이죠. 그렇지만 국내 내부 사정으로 인해서도 수입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시장이 개방되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생산성이 이렇게 차이가 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겠죠. 미리부터 사과의 적정한 생산 전략을 좀 수립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사과 농사를 시작하려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요? 이런저런 구상이 막 떠오르시죠. 여러 가지 가정과 그에 맞는 전략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참고문헌


사과 수출입 데이터 (OEC)

Apple production (Our World in Data)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