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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Feb 22. 2017

그대는 먼곳에

결혼생활 잘하게 해주는 학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혼기에 이른 남녀들이, 내가 젊었을때만큼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것 같다.

아마도 연예인들의 공개교제와 결별, 결혼, 이혼에 대한 소식을 각종 매체로부터 쉽게 접하고 있기 때문일 뿐 아니라, 부모나 지인 등 가까운 주변인들조차도 이런 소식을 자주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거기다 늦은 결혼으로 결혼 전에 이러한 현상을 더 길게 접하면서, 무의식 중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지 모른다.


나의 경우 올해로 결혼 25년차에 이르고 친구나 형제자매들도 비슷한 연륜을 가지고 있다.


요즘 우연찮게도 사무실에 이혼소장을 받았다며 당황하여 찾아오거나 상담전화를 걸어오는 남자 의뢰인들이 많아졌다.


'난 평생 뼈빠지게 일해 처자식들을 먹여살렸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요?'

'이런 배신이 있을 수 있어요?'

'자식들은 다 엄마편이예요. 그럴 수밖에 없죠. 난 평생 일만하고 아이들은 엄마가 키웠으니까'

'내가 술좀 마시는 것이 그렇게 잘못인가요? 일터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은데'

'처자식들은 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공부하고 먹고 살았는데 뭐 한게 있다고 재산분할을 해달래요?'


이 외에도 그들의 항변은 많다.

그러나 이미 아내의 마음은 그를 떠난지 오래다. 

그리고 자식들은 아버지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고맙게 생각하기 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엄마의 인고의 세월을 옆에서 봐왔으니 엄마도 이제 이혼할만 하다고 여기기 쉽다. 심지어 아버지의 무관심과 폭행을 조목조목 적어 사실확인서까지 소송자료로 제공한다. 

고생은 고생대로, 희생은 희생대로 했으면서 결과는 참담하다. 


최근 상담을 한 의뢰인은, 자신은 15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평생 일만했는데 최근 맘이 힘들어 하루에 소주1병 맥주2명을 매일 마시는데 이런 주벽과 내가 하지도 않은 말과 행동을 소장에 적어 아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4식구가 살다가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버렸고 연락을 끊었으며,  손에는 소장만 달랑 남겨졌으니 너무 억울하고 기가막히고, 집에 혼자남아 외로워서 살수가 없다고 한다. 

함께 사업하는 친구들은 작은 마누라까지 만들어놓고 사는데 자신도 이럴줄 알았으면 세컨드라도 만들걸 그랬다고도 했다. 

답답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안타깝다. 그의 심정이 어떨지 이해도 간다. 

하지만 그는 과연 소장에 적혀있는 그런 말과 행동을 진짜 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싶은 말만 듣고, 하고싶은 말만 하며, 믿고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는 아내가 그냥 자신을 혼내줄 생각으로 버릇한번 고쳐보려고 이런일을 벌인 것인지, 진짜 이혼을 결심하고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일말의 희망을 갖는 것 같았다. 진짜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왠지 그의 아내는 오래전부터 이혼을 생각해 왔고, 준비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아내는 이미 남편과의 관계를 정상화 시키려고 많은 노력과 시도를 해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제는 절망하고 포기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걸 남편은 몰랐던 것일 뿐이다.


부부 각자가 갖는 외로움은 서로 이해하기 힘든 것일까. 

그의 아내와 자녀들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아쉬워 하고 외롭다고 생각할까?


나는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아내의 입장도 이해가 가고, 남편의 입장도 딱하기 때문이다.


요즘 남편들은, 아버지들은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어주며 살았어야 했다. 

사실 그게 그렇게 육체적으로 힘들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내들도 지금까지 힘들게 가정을 지키고 살아왔다.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돌보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오랫동안 노력해 왔으니까.


남편도 조금만 권위의식을 버리고 가족들에게 다가가려 했다면, 지금의 배신감과 쓸데없는 소모전을 겪지 않았어도 될텐데.


있을때 잘하라는 말이 유행가 가사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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