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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Jul 14. 2017

나의 자리

어렸을때는 내가 앉을 자리는 선생님이 정해 주었다.

적어도 고등학교때까지는 내가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나의 자리를 선택할 권리가 생겼다. 


선택이란건 자유임과 동시에 구속이다.

나는 뭐든지 선택할 수있는 자유가 있지만,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무슨 앉을 자리 하나 가지고 자유니 구속이니 책임이니 따지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여러가지 생각이 넘실댄다.




나는 취미로 배우던 퀼트가 재미있어 한동안 문화센터 강사까지 한 적이 있다.

강습은 일주일에 한번이고 3개월 코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강습생들은 첫날 앉았던 자리에 3개월 내내 고정으로 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느날 강습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다른 강습생들은 그 자리를 비워두고 있기까지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반대의 경우 강의나 강습을 받는 입장이면 나도 내 고정자리를 만들어 앉아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필시 심리학 같은 학문에서는 이 현상을 지칭하는 ~~경향, ~~신드롬 등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여 내자리에 대한 선택권을 갖게 되었을때, 주로 강의실 오른쪽 뒷자리를 선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여서 남의 눈에 띄는 것이 부담스럽고, 종종 강의가 끝나기 전 교수님 몰래 강의실을 빠져나가기 좋은 자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의 성향이라는 것이 확실한건, 맨 앞줄 정 중앙 교수님 바로 앞자리를 고수하는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소한 성향은 나의 모든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앞자리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적극적이고, 내가 아는 한 공부를 꽤 잘하는 친구들이었던 것 같고, 뒷자리에 조용히 구겨져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들은 매사에 소극적이고 공부를 게을리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강의실 같은 곳에 앉을때 점점 앞자리로 가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아줌마가 되어가면서 뻔뻔하고 얼굴이 두꺼워 지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내 자식을 위해 남들에게 대적하거나 앞에 나서야 하는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내 몸에 익숙해진 자신감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난 어렸을때부터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내가 너무 소심하게 살아온 것 같아 항상 아쉽다.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다행인 것 같기도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너무 뻔뻔스러운 아줌마 원단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나조차도 싫어하는, 연륜이 느껴지지도 않고 나이를 무기삼아 어리거나 약한 사람을 강압하려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내자리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선택한 자리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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