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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기 Jul 17. 2017

정신 바짝 차리자

나는 예전에 누군가를 짝사랑하며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을 즐겨들은 적이 있다.

어찌그리 내얘기를 하고있는지 감탄하며 스스로 비련의 주인공이 된것마냥 감성에 빠져들면서 눈물까지 흘리며 그 노래를 듣던 시절이 있었다.

또는 김광진의 '편지'를 들으면서 사귀어 보지도 않은 짝사랑의 상대방과 헤어지는 것을 상상하며 슬픔에 빠져 노래를 들은 적도 있었다.

감성이 차고 넘쳤던 청춘의 이야기다.


얼마전, 업무차 들렀던 법원 앞에서 박사모 어르신들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동방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나의조국~~'으로 시작하는 군사정권 시절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제목도 생각 안나는, 거의 초등학교시절  배웠던 노래지만 갑자기 입에서 자동으로 가사를 따라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고 잠시 웃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곳곳에서 선동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제일 흔한 경우는 광고음악이다. 그들은 내가 물건을 사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래와 음악으로 나를 선동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마트에서 그 물건을 집어들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 가면 성가대가 성가를 부르고, 그 성스러운 분위기에 고취되어, 신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함이 마음에 넘쳐나게 만든다.


학창시절 최루탄의 고통속에 들리던 학생운동 노래들은 또 어떤가!

'광야에서'같은 노래를 들으면 고통받는 민중의 처연함이 마음에 스며들고, '투사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저절로 주먹쥔 손을 들어 올리며 부당한 권력에 맞서 앞으로 나가야 할 것만 같다.


내 생각에 그래도 제일 순수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선동하는건, 유행가 (대부분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하는)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그런 사랑의 감정에 선동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음반이나 음원을 산다.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경우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마음 속에 어떠한 감정이 스멀스멀 자리 잡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을때 기분이 상당히 나빠진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끊임없이 선동당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정신 바짝 차리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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