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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보현 Jul 01. 2022

시그니처 상품을 만들어라!

자립형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 가이드 3.

Signature: 서명과 특징이라는 의미가 있는 영어단어, 일부 기업에서 시그니처라는 단어를 고급 브랜드의 상표 이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며 특별하고 특색 있는 상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으며 시그니처 상품, 시그니처 메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함. 



현재 체험농장을 준비하고 있다면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준비하는 체험농장의 시그니처 체험 상품이 있는가?’ 현재 준비 중인 체험농장을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대표 체험이 있는가를 물어보는 것이다. 다른 체험농장에서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오직 당신이 운영하는 체험농장에만 있는 상징적인 대표 상품의 존재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혹은 식당을 가면 그곳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음료, 음식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식당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메뉴를 개발하여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체험농장 또한 이처럼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시그니처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체험농장이 앞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면 이 시그니처 체험은 어떻게 개발하고 운영하면 되는지 지금부터 천천히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대한민국의 농촌관광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농촌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녹색농촌체험마을 등을 만들어 국가의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농산어촌 마을의 소득 증대와 도 ․농 교류 활성화 등을 위한 정책으로써 2000년 이후 행정자치부 소관 아름마을(2001년), 해양수산부 소관 어촌체험마을(2001년), 농림부 소관 녹색농촌체험마을(2002년), 농촌진흥청 소관 농촌전통테마마을(2002년), 문화관광부 소관 문화역사 마을(2004년), 산림청 소관 산촌체험 마을(2006년) 등 6개 부처별로 다양한 농촌관광 마을 사업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 사업은 중단되었고 더 이상 운영하고 있지 않다.


2000년대 초반 국가의 다양한 혜택을 받으며 만들어진 1세대 농촌체험마을이라 불리는 곳 중 현재까지 잘 운영되는 곳은 얼마나 될까? 아마 현재까지 잘 운영된다고 말할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은 몇 곳 없을 것이다.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1세대의 농촌체험마을은 모두 실패라고 본다) 그렇다면 왜 농촌체험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고 실패한 상품이 되었을까?


그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소비자를 현혹할 매력 넘치는 상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비슷한 체험이 전국에서 진행되었고 그 체험 상품의 질 또한 매우 낮은 경우가 많았다. 한번 방문한 소비자를 다시 방문하게 할 그 어떤 매력도 없었고 멀리 있는 소비자를 끌어드릴 특별함 또한 전무했다.


마을 단위의 농촌체험이 개인이나 소수의 단체가 운영하는 체험농장 형태로 변하고 있으나 운영되는 시스템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여전히 매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귀농하며 독특하고 창의적인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의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며 운영되는 곳이 많다는 현실이 너무 씁쓸하기만 하다.


과거 농촌의 체험은 단순 수확 체험을 기반으로 공예체험을 접목하여 운영되었다. 고구마 캐고 트랙터 타고 짚공예하고 떡메 치기를 하는 방식으로 하루 체험이 운영되었다. 이런 형식의 체험은 전국에서 동시에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니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볼 수 있다.


농촌체험은 무수히 많은 관광상품 중 하나이다. 소비자를 현혹해 선택하고 구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농촌체험은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낙후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촌관광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홍보를 한 것이다.


농촌을 관광의 개념으로 접근을 했다면 이는 다른 관광상품과 같이 봐야 한다. 감정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독특하며 특별한 체험 상품으로 소비자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존 마을 단위 농촌체험의 경우 컨설팅 업체가 만들어준 프로그램에 의존하며 운영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는 관광이 무엇인지 체험 행사가 무엇인지 평소 관심도 없던 사람들을 모아 농촌관광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처럼 교육하고 급하게 체험 마을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의존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컨설팅 업체였다. 그러니 당연히 만들어준 프로그램에 의존하여 체험을 진행하고 운영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으니 마을 단위의 경우 관광이 주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농사가 주업이니 자연스럽게 관광은 부수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번기와 주중 단체들이 가장 많이 몰려오는 성수기가 겹치며 농업과 관광업 중 우선순위를 선택 해야 했다. 모심기 철에는 봄 소풍을 추수 시기에는 가을 소풍과 겹쳐 버린다. 처음에는 어찌어찌 체험을 진행하지만 해가 넘어가며 다시 본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그중 수익 배분 문제 등이 있다. 이처럼 마을 단위 체험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조건을 가지고 출발을 했다.


이런 마을 단위 농촌관광의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매우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연구를 해야 한다. 처음부터 소비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 체험 프로그램은 실패한 상품이다.


체험 프로그램 개발은 다른 누가 아닌 체험농장의 주인이 직접 만들어야 실패하지 않고 언제나 수정 및 보완을 할 수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해서 만든 프로그램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 빠른 대처가 힘들다.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하고 보완하기 힘든 이유는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식으로 운영이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만든 프로그램의 경우 내 생각, 내가 만든 체험농장의 성향을 100% 녹여낼 수 없다. 가장 좋은 프로그램은 직접 만드는 것이다. 나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나다. 아무리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더라도 이를 100% 이해하는 업체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체험농장의 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어떤 주제로 어떤 연령을 대상으로 진행할 것인지 체험이 진행되는 지역은 어디인지를 고려하여 만들면 된다.


체험 프로그램에서 연령, 주제, 지역성을 제외하고 절대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체험농장을 찾는 다양한 연령대를 세분화하여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 만족도는 매우 높아지게 된다. 유치원 단체에게 성인 수준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매우 따분하고 재미가 없는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인식될 것이다. 반대로 성인 단체에게 유치원 단체 수준의 체험을 진행하면 정말 유치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될 것이 뻔하다.


체험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제와 지역성이다. 운영하는 체험농장의 주제와 연결되는 확실한 주제를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체험농장의 주제 즉 테마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소비자의 인식에 많은 혼선을 안겨주게 된다.


예를 들어 사과농장에 방문을 했는데 사과가 아닌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한다면 이는 분명 주제 선정에 실패한 것이다. 관광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사과농장이라는 장소를 선택할 때 ‘사과’라는 키워드를 보고 대부분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사과농장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사과와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이라면 큰 실망을 하고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 뻔하다.


체험농장에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도 하나의 상품이다. 소비자가 선택하고 구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가 선택하게 하고 구매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주제의 연결성이다. 사과농장이면 최대한 사과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를 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높은 만족도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사과 과수원에서 1박 2일 캠핑’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많은 사람들은 사과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아니면 사과나무가 잘 보이는 어떤 장소에서 캠핑이 진행된다고 상상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도착을 하니 사과나무 한 그루 안 보이는 노지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한다면 이는 불만족의 원인이며 소비자와의 신뢰를 완전히 깨 버리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상상하고 느끼는 체험은 하나로 잘 연결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주제를 통해 상상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는 경험을 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성 또한 무시하면 안 되는 부분이다. 지역성을 살린다는 것은 그 지역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된다. 과거 마을단위 농촌관광 사업이 실패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지역성을 무시한 것이다. 경상도에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과 경기도, 충청도에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절대 똑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안 된다. 지역성을 무시한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굳이 먼 거리를 이동 체험을 진행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1시간 이상 이동해서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먼 거리를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은 지역의 특징을 잘 살린 희소성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체험농장의 주제가 잘 반영된 프로그램에 지역성을 접목하고 이것을 다시 연령별로 나누면 바로 하나의 체험 프로그램이 완성되는 것이다.


주제(테마) + 지역성 + 연령


이 3가지 키워드에 하나 더 접목하면 좋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트렌드다. 현재 소비자가 선호하고 좋아하는 트렌드를 파악하여 이를 접목한다면 정말 최상의 프로그램이 완성되는 것이다.


요즘 농촌관광에서 '촌캉스'라는 것이 유행이다. 이는 농촌체험을 진행하는 곳이라면 무조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촌캉스'는 촌과 바캉스를 합성한 용어로 농촌으로 바캉스를 떠나는 것을 '촌캉스'라고 하는데 그냥 농촌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농가 주택에서 숙박을 하며 쉬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많은 업체들이 농촌의 옛 주택을 활용하여 숙박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우 예스러운 주택을 그대로 보존하며 화장실과 주방만 개조하여 운영하고 있다. 불편하지만 복잡하고 사람들이 많은 리조트, 펜션이 아니라 하나의 주택을 통으로 이용한다는 것이 큰 매력이며 재미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체험농장에서는 이처럼 소비자들이 무엇을 선호하며 어떤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운영 중인 체험 프로그램과 접목하여 히트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체험농장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은 하나의 상징이 되고 새로운 파생 상품 개발을 위한 시발점이 된다. 어떤 주제로 우리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상품을 발굴하고 개발하다면 그 어떤 관광상품과 비교를 해도 절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농촌을 테마로 개발되고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 다시 강조하지만 수많은 관광 상품 중 하나이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순간 버려지고 도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력적이고 독특한 나만의 상품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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