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천장이 보인다. 오늘은 7시 30분에 일어났다.
‘오늘은 뭘 해야 할까.’
일이 적어 비교적 한가로운 요즘에는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어제 못다 읽은 책을 읽을 수 있겠고, 손빨래를 하거나 방 정리도 하면 좋을 것 같고…
그러다 생각한다. 왜 나는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앞으로 바빠질지 그렇지 않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여유로운 지금을 조금 누리면 안 될까?
‘그래. 뭘 하면서 오늘을 누려볼까?’
질문이 바뀌니 신이 난다. 즐겁고 충만한 오늘을 누리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순간이 이번에는 어떤 초콜릿을 먹어볼까 기대에 찬 눈빛으로 화려한 진열대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읽어보지 못한 책들로 빼곡히 찬 책장에서 어떤 책을 꺼내볼까 두근거리는 기분 같기도 하다.
어제 관심 있게 보아두었던 전자책을 읽고, 지난주부터 미루고 있던 필름 사진의 인화 주문을 넣기로 했다. 그전에 간단한 기술번역 작업을 마치고, ‘번역의 세계에 입문하기에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지는 않은지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는 이의 질문에 정성스레 답변할 것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니 15분이 지나 있었다. 기지개를 켜고 물 한 잔을 마신다. 오늘을 누리는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