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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미용 Nov 11. 2020

눈 먼 자들의 도시

가장 두려운 것은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 본성에 강한 의문을 던지는 사라마구의 문학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상황, 즉 ‘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면’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눈이 멀었다'라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눈이 멀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우리의 인간성조차 쉽게 말살하는 장님이기에 눈을 비벼 눈곱을 뗀 후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쉽게 읽어갈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우리를 긴장시키고 놀라게 만들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해 지니고 있는 확신을 뒤흔드는, 아니 뿌리째 뽑아버리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볼 수 없다'는 기묘한 설정은 세상이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수가 뿌려져 있기에 이를 보지도, 냄새 맡지도 못하는 우리의 무지를 깨우쳐준다.  

- 해설 중에서-

설정과 아이디어가 기발한 소설이다.

포르투칼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으로, 어느날 갑자기 전염병처럼 번지기 시작한 백색 실명으로 인해 감금당해 살아가는 눈 먼 사람들의 처절하고도 치욕스런, 그리고 폭력과 본능만이 가득한 수용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솔직히...읽는 내내 불편했다.

눈이 먼다는 것은 그저 답답하고 불편한 일일 거란 상상만의 설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정말 처절하기까지한 인간의 모습을 낱낱히 파헤쳐서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무질서해지는 수용소의 공간들, 볼 일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냄새가 나고 더러워지면서도 본능적으로 결합하는 사람들의 모습,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서 먹을 것을 강탈한 힘센 세력 앞에 무기력하게 여자들을 내주는 남자들의 모습, 배우고 못배우고를 떠나서 밑바닥의 저 아래까지 내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단 한 명, 앞을 보는 의사의 아내가 간신히 희망과 질서를 유지해가고 있었다.

2008년에 영화로도 개봉되었는데,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참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어 실어본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속의 한 장면

수용소를 탈출해 나왔을 때에 맞닥뜨린 눈먼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 폐허처럼 변해버린 도시 속에서 의사의 아내를 중심으로 집을 찾아간 몇몇의 사람들은 나름의 인간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결국 백색 실명에서 하나둘씩 벗어나게 된다.


정말 눈이 멀었던걸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의사의 아내가 한 말처럼 "우리는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라는 말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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