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려운 것은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 본성에 강한 의문을 던지는 사라마구의 문학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상황, 즉 ‘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면’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눈이 멀었다'라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눈이 멀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우리의 인간성조차 쉽게 말살하는 장님이기에 눈을 비벼 눈곱을 뗀 후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쉽게 읽어갈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우리를 긴장시키고 놀라게 만들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해 지니고 있는 확신을 뒤흔드는, 아니 뿌리째 뽑아버리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볼 수 없다'는 기묘한 설정은 세상이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수가 뿌려져 있기에 이를 보지도, 냄새 맡지도 못하는 우리의 무지를 깨우쳐준다.
- 해설 중에서-
정말 눈이 멀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