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래 동생이 태어나고 내가 시샘을 하자 엄마는 화상 상처가 거의 다 나아가는 나를 연고 발라주라고 부탁하며 할아버지댁에 한 달 정도를 맡겼었다고 한다. 근데, 그곳에서 상처가 덧나 평생을 달고 다니는 흉터가 되었다고 나보다 더 속상해하며 엄마가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어릴 때는 그 흉터가 싫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학교에서 용의검사라는 것을 매주 했는데,
그 때마다 선생님들이 손톱이며 손을 깨끗이 관리했는지 검사하기 위해 양 손을 앞으로 내라고 하셨다.
어린 마음에(그 때는 어린 손이라 흉터가 더 도드라져서 예민했었다.) 손을 내밀어 보여주는 것이 싫어서
나름 머리를 굴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하고 손톱을 오므려서 선생님께 내밀었었다.
지금은,
흉터가 있다는 것을 잊고 산다.
세월에 의해 주름지고 나이든 손에 비해 화상흉터는 여전히 반질거리고 팽팽하다.
처음엔 많이 아팠을테고, 늘 엄마가 마음쓰여했고, 내 어릴 적 작은 스트레스였던 상처이지만
세월이 흐르니 흉터마저 내 몸의 일부가 된 것이다.
모든 상처가 다 그렇지 않을까
처음엔 많이 아프고, 시간이 흐르면서 흉터가 되고, 그리고 내 몸의 일부가 되어 기억속에 흐릿해지는 것.
류시화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을 다시 꺼내 보며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오늘처럼 내 손이
오늘처럼 내 손이 싫었던 적이 없다 작별을 위해 손을 흔들어야만 했을 때 어떤 손 하나가 내 손을 들어 올려 허공에서 상처를 입게 했다 때는 우리 안의 불을 만지던 손을
나는 멀리서 내 손을 너의 손에 올려놓는다 너를 만나기 전에는 내 손을 어디에 둘지 몰랐었다 새의 날개인 양 너의 손을 잡았었다 손안 가득한 순결을 그리고 우리 혼을 가두었었다
그러나 오늘처럼 내 손이 싫었던 적이 없다 무심히 흔드는 그 손은 빈손이었다
살아 있는 것 아프다
밤고양이가 나를 깨웠다 가을 장맛비 속에 귀뚜라미가 운다 살아 있는 것 다 아프다 다시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내가 죽었다 그날 밤 별똥별 하나가 내 심장에 박혀 나는 낯선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나는 알았다 그것이 시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