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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미용 Oct 09. 2020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류시화의 '마음 챙김의 시'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마음 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 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류시화 엮음, 마음 챙김의 시

한글날이다.

행정사무감사 및 연이은 행사로 인해 한글날임에도 불구하고 근무를 했다.

딱딱하고 형식적인 보고서를 오후 내내 들여다보다가 부드럽고 좋은 말, 좋은 글들을 잊게될까봐

얼마 전 선물받은 시집을 꺼내 읽었다.

류시화 시인이 세계의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모아 엮은 시집이다.

'아름다운 시들을 모았다고 해서 좋은 시집이 되지는 않는다. 진실한 깨달음이 시의 문을 여는 순간이 있다.'라는 엮은이의 말처럼, 몇몇의 시에서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는 행들이 보였다.

특히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여류시인 루이즈글릭의 시도 실려 있어 의미가 남달랐다.


두 편의 시를 읊어본다.


마지막 조각 글

-레이먼드 카버


그럼에도 너는

이 생에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는가?


그렇다.


무엇을 원했는가?


나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

이 지상에서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하지 않은 죄

-마거릿 생스터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당신이 치워 줄 수도 있었던

형제의 길에 놓인 돌

너무 바빠서 해 주지 못한

힘을 북돋아 주는 몇 마디 조언

당신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사랑이 담긴 손길

마음을 어루만지는 다정한 말투.


인생은 너무 짧고

슬픔은 모두 너무 크다.

너무 늦게까지 미루는

우리의 느린 연민을 눈감아 주기에는.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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