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이모네 집에 머물면서 혼자 쓸쓸해하던 저녁 무렵, 책상위를 사선으로 훑으며 지나가는 따스함이 좋았고, 최근엔 출장을 마지고 돌아가는 저녁, 주황빛으로 물든 논밭과 산이 좋았다. 그 맘 때의 햇살이 세상을 물들이다가 나도 따스한 온도로 함께 물들여주기 때문이다.
일본 원작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하여 개봉중이다.
예전에 일본 원작 영화를 보았고, 영화의 잔상이 마음에 남아 원작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구입해 읽었었다.
사실 원작소설은 30쪽 정도의 짧은 단편이다.
그걸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해서 성공할 확률은 그닥 높아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설 자체가 지극히 평탄한 감성을 자극하는 수준이라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보용 포스터에서 참으로 따스하게 마음을 끄는 사진이 있었다.
영화 조제의 한 장면
이 사진때문에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다시 읽었다.
일본 영화는 조제라는 여주인공 캐릭터를 참 잘 살렸다.
다리가 불편한 조제는 오직 책을 통해 세상을 본다. 어린 시절 내가 책을 통해 꿈을 꾼 것처럼… 책은 특히 외로운 이에게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조제에게도 그러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상한다. 그럼에도 우울하지 않고 발랄하다.
한국판 조제는 잔잔하고 담담하게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포스터 속 여주인공 표정이 너무 쓸쓸해서 그 쓸쓸함이 내게도 전염될까 두려워 아직 보지 않았다.
이런 영화나 책을 보면 타인의 슬픔에 집중하게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의 마음을 살피느라 잠시 내 아픔에서 멀어지기도하고, 어쩌다 동화되기도 한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건가?
사랑은 아픔인데, 그 아픔이 어느정도 추스러져 추억으로 변할 때 아름다움으로 포장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