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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Jun 08. 2019

어느 가족, 2018

선택적 가족의 형태


2018, 칸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 원제는 만비키 가족(万引き家族) 좀도둑 가족으로 직역할 수 있겠다.(한국 제목이 주관적인것 같아서 원제를 적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내놓는 가족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작년 개봉 당시부터 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까먹고 있다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본 김에 작년 수상작이 떠올라 찾아봤다. 이미 볼 사람은 다 봤겠거니 하고 스포 포함 리뷰를 작성한다.

가족의 의미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혈연·인연·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친족원)로 구성된 집단이고 한자를 풀이하면 집 가에 겨례 족. 지붕 아래 모인 겨례(무리)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처음 영화 보기전에는 ‘도둑질을 하는 가족이지만 피는 섞이지 않았음’ 정도만 알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가정 폭력과 방조에 시달리는 ‘유리’라는 여자 아이를 데려오면서 어떤식으로 이 가족이 한 집에서 살게 되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서로를 친족 호칭으로 불리길 바라지만 부르진 않기도 하고, 모두 각자의 도둑질을 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가족의 공통점은 모두 도둑질을 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장난, 살아가면서 하나쯤 있어야 할 특기 처럼 어린 아이들은 그 가족에게서 도둑질을 배운다. 특히나 아버지가 아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묻는 과정에 ‘가르쳐 줄수 있는게 그것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릴리 프랭키의 무능력하지만 결백하고, 아버지로 인정받고 싶었던 절절한 취조 장면도 인상이 깊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새로 생긴 여동생에게 도둑질을 가르치던 도중 가게 사장님에게 ‘동생한테까지 그런거 가르쳐 주지마’라며 군것질거리를 얻어온다.
아마 쇼타(장남) 인생에 첫번째로 찾아온 도덕적 난관에 부딪친 질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도둑질은 누군가에게 ‘그런 짓’이란 말로 꾸지람을 듣는 경험. 그 후 쇼타는 자신의 행동에 의심을 갖기 시작하고, 엄마에게 도둑질이 나쁜거냐 묻는다. 엄마는 그걸로 가게가 망하지 않으면 나쁜건 아니라고 가르쳐 주지만 후에 상을 당한 주인 아저씨의 가게는 문을 닫았고, 학교를 다니지 않던 쇼타는 ‘상 중’이라는 단어를 읽지 못하고 본인이 한 짓으로 가게가 망했다고 생각해  죄책감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던것은 아닐까도 생각이 든다.
결국 쇼타의 돌발행동(여동생을 위기에서 구해주려 했던것 같았지만)으로 이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이 가족을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 중 할머니의 죽음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할머니와 사야카의 관계 또 오사무와 노부요를 잇고있는 관계 등 많은것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을 중심으로 감상을 적게 된건 할머니를 주축으로 하는 가족이겠거니 했던 생각이 사실 엄마역의 노부요의 가족의 대한 강한 의지였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선택했다는 할머니의 말에 기뻐하며 선택할 수 있기때문에 유대가 생기는거 아니겠냐 말하던 모습, 쇼타와 시장을 걸으며 ‘어머니’라는 호칭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들떠 있던 모습, 유리를 집에 데려다주러 갔다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말을 듣고 자라는 아이라는걸 알고 품에서 놓지 않았던 모습까지. 노부요는 이 가족의 형태를 가장 강하게 지키고 싶어했다.
쇼타의 돌발행동에 남아있는 가족이라도 지키고자 했던 결정도 아마 노부요의 결단 아이었을까? 버린게 아니라 주워온거다. 누군가 버린걸 주워왔다. 버린 사람은 따로 있지 않냐는 노부요의 말에는 원망이 서려있다. 노부요 자신도 버려진 경험이 있겠지.
당신은 부모가아니라는 말에 낳으면 다 엄마냐고 반박하지만, 하지만 안 낳으면 엄마가 될 수 없다. 아이들은 당신은 뭐라 불렀냐, 엄마? 어머니? 라는 말에 터져나오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지친 눈물을 흘리며 글쎄요 라고 말하는 연기는 노부요역의 배우 안도 사쿠라를 기억하게 한다.
아이를 낳은것과 아이를 살게 한것. 애초에 선택권이 없는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선택적인 형태를 제시한것, 유대감은 피로 무조건적으로 이어지는것이 아니라는것. 가족의 진짜 의미와 그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되는 영화였다.

그나저나 진짜 고레에다 감독의 생김새 취향 한번 확고 하다는 생각도... 아무도 모른다의 유야가 다시 저 맘때로 돌아간 줄 나도 그런 마스크를 좋아해서 다행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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