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방향
나는 고등학교 과정부터 디자인을 전공했다.
사회가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것만큼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디자인을 배운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디자인’이라 하면 단순히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디자인을 업으로 하며 의뢰를 받게 되는데, 그 방식을 보면 90% 전, 후 상황 다 빼고 원하는 모양만 구현해 내길 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시작되는 작업은 대개 손이 많이 가고 수정 사항이 많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족스럽게 나온 결과물은 결국 처음 의뢰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이너를 시뮬레이터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는 환경과 인식에 있다.
단순하게 우리가 옷을 사러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그 과정에서 입는 대상에게 이 옷이 어울리는지까지 판단하고 나서) 직접 입어보면 상상과는 다른 모습이 거울 앞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옷을 많이 구입, 착용해보지 않는 소비자라면 더욱더) 하물며 옷 고르는데 자신이 없는 사람이 나에게 빨간색이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빨간색만 구입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같은색에도 빛의 스펙트럼에 따라 각기 다른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더 샛길로 빠지기 전에 돌아오자면, 디자인의 교육 과정은 기획부터 과정, 결과 사후 처리까지 스스로 창조하게끔 설정되어있지, 단순히 기술만 익히는 과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교과나 학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문으로써의 디자인은 그렇다.
하나의 작업물을 내기 위해서는 기획 의도가 있어야 하고, 의도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 만들어 내고, 그것의 의도가 망가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방법까지 결과물로 내놓는 것까지 가 모두 디자인이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자연스럽게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이런 과정으로 나는 넓은 시야로 사고 할 수 있게 된 점이 아직도 디자인을 배우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디자이너의 활용은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 만들어 냄’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가 처음 사회에 발을 디디자마자 회의감을 느꼈던 이유기도 하고. 디자이너를 조금 더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이건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교육제도는 유치원부터 고등과정까지 길고 긴 대학입시 과정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것이 꼭 한가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만 가르치는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처연하기까지 하다.
우리 나라의 교육 과정이 조금 더 디자인적인 사고방식을 지향하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다.
이미지는 바우하우스 다큐멘터리의 일부인데, 바우하우스는 건축을 필두로 한 종합 예술 학교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교육으로 학생이 각각 자신의 방향을 구축하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방식을 알려준다. 교육은 그래야 한다.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아닌, 다양한 사고를 통해 시야를 넓히고 개인과 집단 모두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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