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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Jul 25. 2019

여성을 소비하는 사회

사회의 진짜 역할


1. 얼마 전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아이스크림 광고가 소아성애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었다.
아이에게 분홍색 립스틱을 바르고 성인처럼 보이게 입혀놨다는 이유다. 언뜻 보면 그게 무슨 문제냐. 아이를 성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 문제다. 광고는 아무 잘못이 없다.라는 여론이 일었다.
사실 나는 영상 쪽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홍색 입술과 하얀색 액체가 어떤 의미를 상징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그런 상징을 클리셰로 쓰는 직업인에겐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소비되어왔다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아이를 성적 대상화 시켰다, 아니다.로 갑론을박을 했지만, 진짜 문제는 이미 나왔고, 다른 문제로 싸우느라 지나갔다. 바로 “아이를 성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갑론을박으로 싸우기보다 그것을 우려하게 만든 대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술 취한 여성을 따라가다 억지로 문을 열려고 했던 남성이 cctv에 찍혔다. 인터넷에 빠르게 확산되며 용의자가 검거되었고, 주거침입 죄에 해당하지만 강간 미수로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결에 대중은 분노했다. 그리고 ‘피에로 가면 도둑’사건이 발생했다.
범죄자는 택배 대리수령 회사의 홍보 영상을 제작한 것이며, “여성의 공포심”을 이용한 마케팅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성의 공포심이 돈이 되는 사회라는 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으며 어떤 것들을 방치했기 때문에 벌어지게 되었는가? 근본적인 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3. 여성을 노린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사회는 2013년부터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시행했다. 현재 경기 수원시와 광명시는 각각 투입 예산 대비 실적 저조, 사업 효과성 부족을 이유로 2019년부터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이 서비스의 쟁점은 철저하게 “여성은 보호받아 마땅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그 논리라면 귀가 후에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여성 혼자서는 집을 구하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배달을 시키는 것도, 택배를 받는 것조차 행동 지침을 만들게끔 해놓은 이 현상이 정말로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지가 궁금하다.
배달을 시키고, 택배를 받을 때. 현관문에 남성의 신발 그것도 사용한 흔적이 있는 신발을 놓아두고, 받는 사람의 이름을 중성적 혹은 남성적으로 바꿔서 받는 것이 혼자 사는 여성에게 전해지는 꿀팁, 안전한 방법이라고 퍼지는 동안 사회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동등한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는커녕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몰고, 남성에게 의존도를 높이는 방법들을 내놓고 권장하는 것이 바로 남녀 차별이다.
유독 여성의 비율이 높지만 성범죄는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성에 관련된 “범죄”이며 범죄의 정도가 중한 것으로 분류되는 “중범죄”이다.
그런데 형량을 가벼이 하고, 그 사후 처리에 범죄자가 성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 아닌, 그들이 언제 또 그럴지 모르니 피해자가 “또” 당하지 않도록 감춘다?
이슬람 국가의 여성이 히잡을 쓰게 된 최초의 이유는 남성의 시선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었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언제까지 여성에게 히잡을 씌울 것인가.
피해자를 위한 방법이 진정 무엇일지를 생각하고, 사후 처리도 중요하지만 더 급한 건 임시방편 같은 조치가 아니라 근본적인 뿌리를 잡는 것이다. 무슨 성이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회가 적극적으로 떠안아야 할 역할인 것이다.


#여성을_소비하는_사회
#늘어나는_성적대상화와_성범죄
#스스로를_보호할수있는_방법
#사회의_진짜_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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