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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콤보 May 19. 2022

나의 첫 프로덕트 제작기

이글은 "나의 첫 해커톤 참가기"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해커톤은 맹숭맹숭하게 끝이 나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지난번 실패의 경험으로 누군가와 같이 하고 싶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대신 대학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을 설명하고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앱은 내가 만들 테니 사업자를 내고, 제휴영업 및 계약 행정처리만 부탁했기에 다행히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다시 기약 없는 코딩 작업이 시작되었고, 배움의 시간도 이어졌다. 허접한 개발자인 탓에 지금은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친구에게 당시 전화를 걸어 매우 초보적인 것들을 물어가며 귀찮게 굴었다. 당시 라즈베리파이 원서를 번역해서 책을 집필하고 있던 친구였는데 내가 자꾸 곤란하게 만들자 한때 관계가 소원해졌다.


해커톤 이후로 한 달이 더 지나자 앱이 거의 완성되었다. 기술적으론 부족함이 많았지만 일단 MVP버전으로 출시할 수 있는 상태였다. 같이 하기로 한 후배의 영업은 성과가 없었다. 어느 날 통화를 하다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야 회사에 전화 걸어서 우리 이런 거 한다 영업하고, 관심 있어하면 이메일 보내면 돼"

"아니 형 저 회사에 전화를 못하겠어요"

"엥 뭔 소리야 그게.. 전화를 왜 못해"

"아 그.. 그게 너무 무서워요"


대학교 4학년이었던 공대 후배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회사에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부담된다고 했다. 살면서 해본 적 없는 일, 두려움과 맞서 부딪혀 보는 일들을 아직 맞닥뜨릴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태 같았다.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후배에겐 괜찮다고 하고, 결국 이 사업은 기획, 디자인, 개발, 영업, 제휴, 마케팅, 행정까지 모두 내가 혼자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그런 말을 잘 쓰지 않았었는데 진정한 '1인 창업'인 셈이었다.


다시 혼자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업체별 페이지를 만들고, 랭킹 목록 페이지를 추가하고, 꿀팁이 정리된 가이드 페이지까지 만들었다. 커뮤니티에서 이미 광고를 하고 있는 인터넷 업체를 대상으로 앱 론칭 예정 사실을 안내하고, 광고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2개의 업체와 계약이 체결되었다. (영업이나 계약은 모두 비대면으로 처리했다)


2011년 11월 드디어 내가 원하던 앱이 탄생했다. 안드로이드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에 등록되었다. 눈물겨운 순간이었다. 등록된 앱을 기념하기 위해 연신 화면 캡처를 해댔다.



https://m.onestore.co.kr/mobilepoc/apps/appsDetail.omp?prodId=0000270291


앱은 소수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서비스되었고, 2011년 12월 한 달간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계약된 업체의 광고를 통해 약 5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작은 돈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한 앱을 기획하고 실행해온 결과임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업체들은 한 달 뒤 모두 계약해지를 원했다. 내는 돈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았던 거 같다. CPC 단가를 낮춰 다시 영업을 해야 했지만 그동안 혼자서 힘들게 버텨온 순간이 너무 힘들었고, 이제 더는 하기 싫었다.

회사에서의 업무도 바빠지는 시기였고, 앞으로 2년 동안은 유지될 거 같았다. 이제는 영업대상을 찾으려 구글 검색엔진에서 검색해서 나오는 업체에 몇 군데 전화를 돌렸지만 듣고 싶어 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몇 번 무시만 당하는 경험 이후엔 마음이 더 굳어졌다.


그래 이쯤 하자. 그냥 이걸로 됐다. 애초에 돈을 벌기 위해 도전한 건 아니었다. 20대의 마지막에 내가 만든 앱을 스토어에 올려보는 것이라 설정한 나의 목표에 충분히 도달했고, 그 도전과 실행에 큰 박수를 스스로 보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은전 한 닢의 방망이를 깎는 노인 같기도 했다. 공허함이 밀려왔다. 달래기 위해 어느 날 혼자 찾아간 뮤지컬 공연장에선 "아 내일 표를 예매하셨네요"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티켓박스 직원에게 듣고선 창피해, 얼굴이 화끈거렸다. 강남 한복판 빌딩 숲 사이로 찬바람이 몰아치던 겨울 공감할 수 없는 뮤지컬을 혼자 본 후 쓸쓸히 걷던 나는 마침내 결심했다. 이 아름다운 도전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는 걸로..


도전과 좌절과 열정의 한해였던 2011년을 앞만 보고 달려왔더니 2012년 초 어느 순간 내 옆엔 친구와 가족들과의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여자 친구도 있었는데 없었다. 

"도전도 좋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아. 다시 내 생활로 돌아가자!"


하지만 이 때는 몰랐다. 이 선택을 나중에 후회하게 될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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