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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ienna May 29. 2016

'로다주'를 살려낸 기적, 수잔 다우니

아이언맨, 아이언 우먼을  만나다

현재 할리우드 최고 몸값의 배우, Robert Downey Jr.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일명 '로다주'로 불리는 그가 떴다 하면 모든 것이 화제가 된다. 각종 영화, 시상식 영상, 인터뷰 등등에서 보이는 그의 존재감은 그의 부리부리하고 뚜렷한 눈빛처럼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 것을 넘어 집어삼킨다.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 마블 영화 세계(MCU)의 출발 신호탄을 시원하게 터뜨린 그가 만약 없었다면 지금의 마블도, 할리우드의 줄줄이 사탕 같은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들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로다주보다 마블 프로듀서 케빈 파이기라는 기둥 같은 조력자가 현재 할리우드 영화 트렌드의 일등공신이라 불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MCU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언맨의 로다주를 무시한다면 굉장히 큰 오산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로다주가 마블의 신의 한 수라고 불리는 만큼, 재정비에 나섰던 마블은 한 때 마약과 법정문제로 물의를 일으켰던 로다주를 아이언맨으로 선택하며 엄청난 도박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마블도 로다주도 인공심장과 심폐소생술이 필요했던 토니 스타크 같았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아이언맨이 되어주었다. 천운도 그런 천운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할리우드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살려낸 기적'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이는 따로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영화 <셜록 홈즈>의 제작자 겸 로다주의 부인, Susan Downey 수잔 다우니이다.

12 때부터 영화 제작이 꿈이었던 그녀. 예나 지금이나 고지식하고 올곧은 그녀. 영화계 사다리에서  단계  단계 올라가기 바빴던 그녀에게는 결혼이나 연애보다 일이 우선이었다.  마디로 결혼 생각은 호도 없었다. 그랬던 그녀의 이름은 결혼하고 인생의 2막을 열기  Susan Levin 수잔 레빈이었다. 시카고 근교에서 살았던 그녀는 어릴 적부터 우등생이었다. 성공적인 사업인이었던 아버지와 자녀들의 교육에 헌신했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영화 제작을 정통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 영화학과로 입학했다. 역시  부러지는 그녀답게 대학교도 최우등생으로 졸업했다. 영화계 입문 4 만에  제작사의 부사장으로 임명되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제작 일에 힘썼다. 2002, 정식으로 '공동제작자' 이름으로 데뷔한 수잔은 2003 <고티카>라는 공포 영화를 만나며 '공동'이라는 단어를 떼고 기분 좋게 '제작자' 작품에 뛰어들었다. 제작자로서 처음으로 임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그녀에게는  의미이자  부담이었다. 문제가 될만한 점들은 처음부터 배제했었지만 영화판에서는   앞의 문제도 제대로 내다볼  없기 마련이다. 자꾸만 남자 주연 배우가 끈질기게 구애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던 것이다. 그는 바로 당시 할리우드의 이단아로 유명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다.

첫인상? 이상했다. 배우로선 훌륭하다 생각했고 우리 영화에 합류하게 되어서 감사하고 설렜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몬트리올에서 <고티카> 촬영 준비 중이었는데, 로버트는 물론 감독과 주연이었던 할리 베리도 함께 다 같이 점심을 먹었었다. 다들 일식을 시켰는데 로버트는 오트밀이 '최상급 음식'이라며 본인이 직접 싸가지고 온 오트밀을 꺼내먹었다. 그러더니 몸에 좋은 각종 약초도 꺼내먹고 갑자기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 막상 리허설에 들어가면 프로 배우답게 멋지게 소화해냈지만 인간적으로는 그냥 정말 희한한 사람 같았다. 이성적 끌림은 정말 요만큼도 없었다. 언제부터 그가 안 이상하다고 느꼈냐고?  아직도 이상하다.
- 수잔 다우니

영화감독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아들. 집에서 영화를 찍던 아버지 덕에 5살 때부터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는 중퇴했지만 남부럽지 않게 일평생 영화계에서 화려한 삶을 살며 그의 주체할 수 없는 모든 끼를 발산하는 듯했다. 연기, 노래, 피아노, 드럼, 춤, 그림 -- 다재다능한 척하는 겉멋 든 스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다재다능한, 못 하는 게 없던 완벽한 배우였다. (지금도 당연히 그렇다.) 1987년도 작품 <레스 댄 제로>로 화려한 존재감을 입증했고 1992년도 작품 <채플린>으로 천재 희극인의 면모를 뽐내며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로도 올랐었다. 하지만 작은 불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 어두운 법. 고작 8살이었던 그에게 첫 마리화나 담배를 건네는 아버지에 알코올 중독으로 불안한 삶을 살았던 어머니까지 대동하여 로다주의 인생은 시작부터 매서운 태풍과도 같았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약 5년간 대중의 뜨거운 시선 안에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중독으로 법정과 감옥을 제집처럼 들락날락거렸었다. 불법 총기 소지로도 걸렸었고 심지어 어느 날 밤에는 마약에 완전히 취한 상태로 이웃집에 무단 침입하여 방 침대 위에서 잠들기까지 했었다. 당시 할리우드에선 절대 함께 작업하면 안 될 '답 없는 놈'으로 통했다. 그리고 2001년 4월, 그에게 닥친 마지막 사건을 뒤로하고 그는 속으로 결심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겠다 했어요. 멍청해 보이더라도 주변에 도와달라 말했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아갔어요. 아무리 총체적 난국 같은 상황들이더라도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어요. 정말 어려운 것은 이겨내겠다고 마음먹는 거죠." 그로부터 4개월 후 2001년 8월, 공식적으로 중독 치료를 마치고 로다주는 가수 엘튼 존의 신곡 '아이 원트 러브'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컴백 신고식을 잔잔하게 치렀다. 함께 돈독한 우정을 자랑하던 절친한 친구 멜 깁슨의 도움으로 로다주는 스크린 복귀를 할 수 있었고 2003년 <고티카>로 드디어 큰 규모의 상업영화 쪽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멜 깁슨도 후에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 사건 사고가 있었는데, 이 때는 로다주가 그에게 손을 내밀며 도와주었다.) 단, 마약으로 또 한번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로 로다주의 계약서에는 그의 출연료 4할을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지불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내 변화는 내가 그녀를 점점 닮아가면서 생긴 것이다. 나 자신도 이 모든 일들이 얼떨떨하고 신기하다. 그녀를 만나면서 내 인생의 공백이 풍성하게 채워졌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런 만족을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와 함께라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는 모순되는 수많은 성격들을 지닌 엄청난 종합 선물세트 같은 사람이다. 톡톡 튀고 별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인생의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터팬처럼 소년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 수잔 다우니

달라도 너무 달랐던 두 사람의 인생. 수잔 레빈은 담배 한 개비도 입에 데지 않았고 주변인들도 마찬가지로 마약 문제가 없었지만 로다주는 끊임없이 불 연기를 내뿜는 인간 굴뚝이었다.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4차원', '교수', 혹은 '누군가의 큰오빠'같은 이미지로만 보았다. 영화 촬영이 끝나기도 전에 연애가 끝날까 봐 두려워했던 그녀는 그 이유가 "이 사람은 그냥 배우고 나는 진짜 직업을 가진 사람이니까"였다. (의도한 돌직구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로다주 부인답게 돌직구도 세다.) 그러나 불과 몇 주 후에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촬영이 끝나면 넷이서 운동을 하러 가곤 했어요. 어느 날 러닝머신을 뛰다가 로버트가 저한테 '레빈, 저녁 먹을래?' 묻더라고요. '에, 먹지 뭐'하고 대답하고 옷 갈아입고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었어요. 먼저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좀 이따가 그 사람이 저를 향해서 계단을 내려오던 모습을 보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잘 생겼다.'" 말 많은 세트장에서 주연배우와 얽히고 싶지 않아 로다주의 데이트 신청을 두 번씩이나 거절했던 그녀의 눈빛이 달라진 후, 둘의 로맨스가 꽃피웠다. 그녀가 마약 중독의 영향이나 마약의 'ㅁ'자도 몰랐던 덕분인지 나름 수월하게 연애가 지속되었다. (로다주는 그녀가 마약에 대해서 잘 몰랐기에 천만다행이었다고 한다. 본인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알았다면 지금까지 함께할 수 없었을 거라고.) 한 편으로 수잔은 자신이 '그런 남자'와 연애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배우, 마약중독자, 전과자, 애 딸린 이혼남 -- 부모님이 격노할만한 프로필이다. 하지만 부모님도 그녀가 얼마나 행복한지 눈에 선하게 보였나 보다. 현명한 딸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 주고 말없이 그녀의 연애를 응원했다.

중요한 건 그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내가 만났을 때 그는 이미 깨끗이 손을 씻었었고 일할 때는 프로답고 촬영장 밖에서는 그저 정말 즐거운 남자였다. 무엇보다 나는 단 한 번도 그와의 관계에 반신반의했던 적이 없었다. 연애한 지 3개월 만에 마음속 깊이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이 사람이 평생 내 사람이라는 걸.
- 수잔 다우니

3개월 만에 그녀가 확신했듯이 그도 확신했다. 아직 법정에서 정식으로 첫 부인과의 이혼 확정을 받지도 않은 채 로다주는 수잔에게 청혼을 했다. 그녀는 바로 "예스"라고 답했지만 마냥 해피엔딩 (혹은 해피 비기닝)은 아니었다. 설상가상 로다주의 방황도 완전히 끝나진 않았었다. 수잔도 알고 있었다. 그가 완전히 마약을 내려놓지 못 했다는 것을. 영화 촬영은 끝이 고 그녀는 그에게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며 두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첫 번째, 약혼 기간은 2년. 두 번째, 깨끗하게 -- 완전하게 -- 말끔하게 마약에서 손 떼기. 그 어느 영화 제작자도, 감독도, 투자자도, 그 누구도 그에게 이 정도로 분명하게 '마약은 안 된다'라고 단정지은 적이 없었다. 얼마 후 2003년 여름, 로다주는 혼자 '버거킹'에 들렸다. 일반 햄버거와 소다를 시켰는데 맛이 쓰레기보다 더 쓰레기 같았다. 마약 때문에 버거 맛도 제대로 못 느낀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리고 약혼녀의 조건도 생각났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바닷가로 향한 로다주는 소지하고 있던 모든 마약을 버렸다. 흔적조차 안 보이게 모두 없앴다. 그가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그녀를 바라보면 정말 순수하고... 그냥 모든 게 옳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그녀가 나한테만 보여주는 내면 속에 감춰둔 애교와 발랄한 면도 있다. 그녀는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나를 믿어준 사람이다. 내 삶의 구원자다. 나의 과거는 옳은 여자를 옆에 둠으로서 사라졌다.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약을 깨끗이 포기했을 때, 그가 우리 사이에 흐르는 그 무언가를 느낀 것 같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법 같은 존재. 그는 항상 우리 둘이 함께라면 제 3의 인격체로 변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자 혼자였다면 절대 추구할 수 없었을 신비로운 제 3의 인격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 수잔 다우니

로다주는 2004년 첫 부인과 정식으로 이혼하고 2005년 8월에 수잔 레빈, 아니 수잔 다우니와 결혼식을 올렸다. 의붓아들이 새로 생긴 수잔은 그와의 관계 또한 현명하게 대처하며 절대 그의 마음을 재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좋은 사이로 발전될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보았다. 이후 로다주 부부는 영화 <키스 키스 뱅 뱅>으로 함께 작업을 했었지만 따로따로 하는 작품 일들이 너무 많아져서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었다. 그 계기로 로다주 부부는 서로 지킬 룰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2주 룰': 얼굴 못 보는 기간을 2주 이상 넘기지 않기.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둘은 점점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었다. 영화 <셜록 홈즈>의 제작자들 중에 수잔 다우니가 없었다면 관객들은 로다주의 셜록 홈즈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아이언맨 2><듀 데이트>까지 함께 했던 부부의 룰은 2주에 1주, 1주에서 0주 룰이 되었다. 로다주 부부는 이제 '팀 다우니'라는 제작사를 직접 설립하여 2014년도 영화 <더 저지>를 시초로 앞으로 대부분의 작품 활동을 함께 할 예정이다.

그녀는 언성을 높일 사람이 아니다. 엄청나게 사랑이 넘치고, 지혜롭고, 진중하고, 포용적인 여자다. 그러다가 그녀가 마침내 빡치면 난 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 이 사람도 인간이구나. 주변에 같이 일하는 미친놈들 때문에 짜증 나면 물꼬가 터질 때가 있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드니까.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다주와 수잔 다우니의 조화는 음양의 조화와도 같다. 그녀가 곁에 없을 때 로다주는 어디로 튈지 모를 듯 한 정체불명의 에너지의 소유자다. 그녀가 곁에 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진중하고 진지한 사람이다. 무작정 꿈만 크게 꾸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꿈을 짓고 이루는 사람이 되었다. 그를 만나기 전 그녀는 융통성 없고 일만 하던 사람이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거나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은 안드로메다에 보냈었다. 그를 만나고 난 후, 태풍같이 불어온 그의 창의적인 에너지와 열정이 그녀의 융통성을 누그러뜨리고 그녀의 인생에 수많은 새로운 문들을 열어주었다. 목적지만 향해 무작정 걸어가는 것보다 목적지를 향한 과정까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내와 함께한 지난 11년을 "인생 최고의 전환기"라고 일컫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할리우드가 없더라도, 다음 작품이 없더라도, 베니스나 말리부에 집이 없더라도 남편과 함께라면 "쭉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수잔. 어둠 속에 침체된 삶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그와 낯선 세계에서 헤매던 그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그녀의 이야기는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희망과 설렘과 가능성을 우리에게 곧이 곧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옛 속담이 맞다: 좋은 남자 뒤에는 대단한 여자가 있다. 내 모든 성공의 대부분은, 아니 전부는 수잔 덕분이다. 우리는 좋은 팀이다. 내가 여태껏 말해왔던 내 인생의 모든 행운은 바로 그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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