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찾아오는 국가검진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올해 건강검진은 여느 해 검진과 다른 것이 있었는데 분변잠혈검사가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분변잠혈검사는 별 의미가 없다고 대장내시경을 해야 한다고 재작년부터 나를 어르고 달랬다.
남편이 대장내시경을 고집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회사동료가 분변잠혈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고 조직검사결과 대장암 1기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놀란 남편도 대장내시경을 실시한 결과 다섯 개의 용종이 발견되었고 그 이후로도 1년에 한 번씩 2~3개의 용종을 제거하기를 서너 차례 실시하고 나서야 더 이상의 용종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 이후 남편은 대장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했고 나에게도 틈만 나면 대장내시경을 권했다.
한 번은 해야 잔소리를 듣지 않을 것 같아 올해 검사엔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했다. 검사 3~4일 전에 약을 받아왔다. 약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약 저 약 다양하게 먹어본 남편이 추천한 약이 사진에 있는 약이다. 알약은 26개를 먹어 내는 게 쉽지 않고 보험이 되는 물약은 비위가 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2리터 이상의 물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검사 3~4일 전부터 식단관리에 들어간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금지, 깨 잡곡류 금지 그리고 전날엔 흰 죽섭취 등이다. 드디어 때가 왔다.
11시부터 한 시간에 걸쳐 설명서에 적힌 대로 약과 물을 섭취했다. 한 시간 정도 있으니 신호가 왔다.
힘을 따로 주지 않아도 좔좔거린다는 남편의 말을 이미 들은 터라 그냥 변기에 눌러앉았다. 정말이지 좔좔 흘렀다. 삼십여분을 그러고 있는데 이번엔 속이 메슥거렸다. 참으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위아래로 다 쏟아내고 만 것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갑자기 어지러움증이 밀려왔다.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어지러움증이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는 건 아닐까?
안방에서 남편이 자고 있지만 힘이 없어서 부를 수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 했지만
어지러워서 바닥에 주저앉을 것 같아 변기를 잡았다. 그냥 넘어지면 어디가 깨져도 단단히 깨질 것 같아서였다. 변기를 잡고 주저앉다가 팔꿈치가 까지고 멍이 들었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기디시피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누웠다.
잠을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닌 비몽사몽상태로 7시에 잠이 깼다. 그 시간에 맞춰서 먹어야 하는 약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 감고 남편이랑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이전에
담당선생님과 얘길 했다. 약을 먹고 토하고 심한 어지러움증에 너무 힘들었다고. 선생님께선 그런 적이 잘 없다고 하시면서 토하고 난 뒤 어지러움증이 왔냐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이런 경우 약물부작용이라기보다는
몸속에 수분함량이 갑자기 낮아져서 쇼크가 온 것 같다고 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건 맞지만
지난밤을 생각하면 아찔했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마쳤다. 침대에 누워있으니 어느샌가 잠이 들었고 깨어나보니 남편이 옆에 있었다. 20여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고 진료실로 향했다.
담당선생님께서는 수고했다고 하시면서 두 개의 용종도 제거했다고 하셨다. 다행히 일반선종이라 위험한 건 아니라고 하셨다.
죽을 사들고 집으로 왔다. 죽을 먹자마자 잠이 들었다. 남편이 깨워서 일어나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길고 긴 잠을 잔 듯 몸이 개운해졌다.
나는 약에 대해서 민감한 편이다. 항생제 부작용으로 장이 탈이 나기도 했고 부어오름과 가려움이 3일이나 가기도 했으며 치과치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