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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Jul 21. 2024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집 거실을 지키고 있는 보석십자수 작품

 반백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늘 의문이 드는 일이 있다. 내 인생 중 어느 한순간이라도 반짝였던 적이 있었을까 하는.

 어렸을 적엔 어려서 또 어른이 되어서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늘 떠밀리듯 인생을 살아오느라 늘 피곤하고 지쳤었다.

 아이들이 다 자라서 이젠 내 삶만 잘 꾸려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아갈 때쯤 느닷없는 사고로 장애 아닌 장애를 안게 되면서 난 절망했다.

 내 남은 삶에 반짝임은 없을 거라고.

 남들이 흔히 말하는 꽃길 따위 내 인생엔 없는 말이라고.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연히 발견한 보석십자수라는 취미생활 때문이다.

 갑자기 일도 할 수 없게 되고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시간을 때울 일이 필요했는데 보석십자수라는 취미가 날 휘어잡았다. 우선은 반짝임에 매료되었고 작품이 다양했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콘셉트인 알록달록이 충분히 날 들뜨게 했다.


대략 2주일에 걸려 완성한 첫번째 작품

첫 번째 작품은 해바라기로 정했다. 해만 바라보는 일편단심이 좋았고 뜨거운 에너지를 연상케 해서 내 삶도 열정 넘치는 삶이 되기를 기원하며 한 칸 한 칸 채워 나갔다. 그냥 볼 땐 쉽게 생각했는데 노랑이라는 칼라 하나도 연노랑 진노랑 등 대여섯 개의 색으로 나뉘어 있어서 조금만 한 눈을 팔면 톤이 달라져 원본의 이미지를 잃어버린다.

 다시 말해 딴생각이 들어올 틈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말 나는 시간이 너무 안 간다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직접 경험해 보면 알겠지만 완성 후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맨 위에 작품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과 닮아 있다. 우선 넷이라는 수가 일치하고 고통과 아픔을 격려와 사랑으로 이겨낸 지금의 우리 가족처럼  저 눈부신 화려함을 뽐내기 위해 오랜 세월  힘들었을 꽃사슴가족.

 그래서 우리 가족사진인양 쳐다보고 또 쳐다보게 된다.  


 

그 밖의 보석십자수 작품들-은혜 갚음에 쓰임-


보석십자수를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니 이것만큼

선물로 좋은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의 최고의 가치는 정성인데 정성이라면 최고 중에 최고이며 반짝반짝 빛을 발하니  그 어디에도 잘 어울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물을 했을 때 받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너무 좋아서 작품을 만드느라 애쓴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들었던 생각은 내 곁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았구나. 난 그걸 모르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내가 이렇게 넘어지지 않았으면 이 또한 몰랐을 텐데.


 내 곁에 이렇게 반짝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살았네.

그 반짝임에 한 발짝 떨어져서야 나는 이제 그 빛을 보네.

 그 반짝임 속에 나도 빛나고 있음을 느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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