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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 Apr 12. 2022

학문간 경계 그리고 '언어'

feat. 수학과 언어


요즘 Cluster analysis에 대해 읽는 중이다.


말로 해도 되는데 수학기호를 쓴다. 위의 예제는 처음에 그림으로 두개의 object를 그려내고 그것이 한 클러스터 내에서 reachable하다 라고 쓴 것이며, 아래 정의들은 그것의 조건들을 더 명확히 수학으로 나타낸 것이다. 클러스터를 나누는 분석은 적용가능한 주제가 많아 생물학, 지리학, 의학, 사회학, 경제학, 정책학, 컴퓨터 사이언스 등에서 폭넓게 쓰인다.


아래는 또 다른 예제이다. 일과 소득 수준에 따라 소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수학으로 나타낸 것이다. 역시, 말로 하고 테이블로 만들어도 되며,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다. 대체로 경제학자가 사회학, 사회정책, 노동/정책에서 다뤄지는 주제를 다룰 때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


수학같은데 아래 보면 빼곡하게 항별 정의를 다 적어야한다. 기호 자체는 의미가 없으니까.


수학기호를 쓰면 더 명확하고 간결하다. 또한 기호로 표현했기 때문에 수식을 이어나가 (언어로 theroy를 전개해나가는 것과 같다) 그것을 검증하기가 쉽다. 항을 이리저리 옮기고 대체하여서 최종 결론을 이끌어내고 거기에 데이터를 입력해서 테스트해보기도 한다. 그것이 수학을 학문에서 쓰는 장점이다. 그러나 생각과 이론의 흐름 자체를 표현하는 데 장점이 있다는 것이 그것이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며, 딱히 다른 것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나 보기에 다르게 표현한 것 같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은 기호로 된 언어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수학을 쓰기 때문에, 또한 컴퓨터 언어/시스템의 구조를 알기 때문에 더 복잡한 것을 구조화하고 계산해 내는 것은 정말 그 쪽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역량'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분야이던 시간을 많이 들여 구축하는 '전문역량'은 있으며 진짜 전문가일 수록 각자 분야의 전문성을 존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공부해보면서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공짜가 세상에 없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내가 차곡차곡 증거를 모으며 학과간 경계에 대한 생각을 구축한 것이 아니지만.. 평소에 학과에 대해 하던 생각들이 저 논문을 읽다가 떠올랐다.


나는 사회학도 경제학도 공부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응용 학문(라고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러한 것을)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로도 공부를 하고, 수학으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사회학은 수많은 요소들을 나열하고 그것들의 상관관계와 구조를 아는 것에 초점이 있고, 경제학은 제일 중요한 항목/부분을 가설로 만들고 그것을 검증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사회학은 너무 많은 것을 보느라 무엇이 중요한지 화끈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는 반면, 경제학은 너무 몇 가지 항목만 이용하여 만든 가설로 세상을 단순화 하는 경향도 있다.


처음 양적 방법론을 공부할 때, 내가 공부한 방법론은 대체로 계량경제의 일부분이었는데 이것은 보통 대학원들에서 가르치는 계량경제방법 6가지 정도에 해당된다. 말로만 공부를 하다가 수학으로 공부를 하려니까 그것이 마치 완전히 다른 것인양 생각이 들었었다. (경제학의 일부분에 불과한) 계량경제를 처음 배우는 쇼크로 경제학 자체가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고, 실제로 수학으로 공부하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래야 이렇고 저래야 저렇다는 기준을 생각하고 이해한다는 자체가 아주 명확한 논리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과'의 차이는 어려움으로 정의되기는 힘들다. 과는 그저 시각의 차이이고 방법론은 세상의 어떤 지식을 발견하는 제일 알맞는 방식이고, 그러한 지식을 표현하는 언어가 수학 다른 것이 대부분이었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수학은 언어일 뿐이라는 생각은 든다. 다만 위에 말했던 것처럼 통계학, 컴퓨터, 수학, 물리학,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은, 한가지 주제(=세상의 본질)를 가지고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묻는 것도, 해석하는 방식도, 관점도 다르게 된다.


물론 여러가지 언어를 아는 것은 연구자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언어 , 컴퓨터 언어나 통계 패키지 언어, 수학, 각 학문의 기초적인 시각 등을 알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가 쉽다. 수학을 주언어로 쓰는 사람들은 literature을, 혹은 쉽게말해 학문적 문맥, 아니 때로는 세상의 문맥을 폭넓게 이해하는 것에서 어려움이 있고, 언어만 하는 사람들은 수학으로 표현된 이론이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때로 검증하고 싶어도 검증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여러 언어를 알면 나의 학문을 더 늘려내고 새로운 관점을 독창성 있게 가져오고, 그것을 더 온전히 공부하고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나의 사견에 불과하지만, 주제 자체보다는 본인이 호기심이 이는 주제를 어떤 학문(학과)에서 어떤 관점과 방법론으로 접근하는지를 아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교과서 혹은 논문을 폭넓게 읽어보는 게 좋다. 


자기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면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그러니 각자 전문가로서 서로 고통과 행복을 나누고, 무엇보다도 'collective intelligence' 그리고 'network/ecosystem' 즉, 세상은 서로 연결된 유기적인 본질을 가지며 우리는 그 위에서 서로의 장점을 나눌 때 시너지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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