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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현 Feb 20. 2022

봄이 오는 소리

봄날이 문턱에 걸터앉아 동장군 눈치를 살피며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며 두리번거리고 있다.


봄날이 어느 참에 밀고 들어온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뒤돌아 볼 새도 없이 떠나가야 할 곳을 찾아

황망히 걸음을 재촉하던 동장군이

그래도 남은 아쉬움으로 두 눈을 부라리며 헛기침을 해댄다.

아무리 그래 봐야 대세는 이미 기울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가당치도 않을 헛기침에

이미 기지개를 켠 봄날이 가소롭다는 듯이

실눈을 치켜뜨고 흘겨볼 새

제풀에 지친 동장군이 휭 하니 한 자락 바람을 일으키고 떠나간다.

그 서슬에 놀라 메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서리친다.

그 꼬라지가 우스운 듯 게 앉았던 새가 깔깔대며 웃는다.

뾰로로롱~ 쫑~ 쫑~


봄날의 장엄한 교향곡이 대지에 울려 퍼진다.

봄이 오는 소리는 그렇게 바짝 다가왔다.

귀 자울여 기대하는 가슴은 그대로 따뜻한 소망이다.

이미 시작된 해빙으로 대지는 벌써부터 가뿐 숨을 몰아쉬고

백발의 노년이 기지개를 켤 때

햇살도 함께 졸며 창가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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