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문턱에 걸터앉아 동장군 눈치를 살피며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며 두리번거리고 있다.
봄날이 어느 참에 밀고 들어온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뒤돌아 볼 새도 없이 떠나가야 할 곳을 찾아
황망히 걸음을 재촉하던 동장군이
그래도 남은 아쉬움으로 두 눈을 부라리며 헛기침을 해댄다.
아무리 그래 봐야 대세는 이미 기울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가당치도 않을 헛기침에
이미 기지개를 켠 봄날이 가소롭다는 듯이
실눈을 치켜뜨고 흘겨볼 새
제풀에 지친 동장군이 휭 하니 한 자락 바람을 일으키고 떠나간다.
그 서슬에 놀라 메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서리친다.
그 꼬라지가 우스운 듯 게 앉았던 새가 깔깔대며 웃는다.
뾰로로롱~ 쫑~ 쫑~
봄날의 장엄한 교향곡이 대지에 울려 퍼진다.
봄이 오는 소리는 그렇게 바짝 다가왔다.
귀 자울여 기대하는 가슴은 그대로 따뜻한 소망이다.
이미 시작된 해빙으로 대지는 벌써부터 가뿐 숨을 몰아쉬고
백발의 노년이 기지개를 켤 때
햇살도 함께 졸며 창가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