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가 나를 시인이라고 불러주지 않았던
전혀 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시를 읽는다든지 쓴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아주 아주 어릴 적부터
나 홀로 스스로 시와 함께 살았노라고
그래서 누가 나를 시인이라고 불러주지 않아도
나는 그냥 시인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말이 되든 안되든 그냥 끄적거리며
끄적인 몇 개의 글자들이 살아 움직거리는 것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흐뭇해 하고 만지작거리며 살았다.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시의 장르가 어떻고 문체가 어떻고 수사법이 무엇인지
비유와 허상, 현실과 상상이 어떻게 부딪치며 어우러지는지
나는 논리적으로 학문의 틀을 따라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내가 쓴 시라고 하는 것에는
규모가 잡힌 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기에 좋을 법한 어떤 것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끄적임에
최소한 내 마음을 담았기에
언제 열어 보아도 다시 가슴에 담고 싶은 애정을 갖는다.
나의 끄적임에는
하늘을 향한 구도자의 열정과
나의 목마른 영혼의 갈망이 있다.
몇 줄의 끄적임을 다시 펼쳐놓을 때마다
나의 영혼은 또 다시 목마르고
갈망의 손짓으로 가슴이 떨린다.
오늘 나의 영혼에
언제나 처럼 변함 없이
하늘의 생수로 부으시는
주님의 은혜에 의존하여
나는 오늘도 내 가슴 살쩍 한 귀퉁이를 베어
아직 못 다 채운 삶의 여백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