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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뫼 Feb 14. 2018

친구에게

(친구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장남이라는 자리가 그렇지

남들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첫아이에게 이것저것 기대를 하다 시나브로 욕심을 버려가듯

아마 부모님들도 우리에게 그랬을 거야

장남들이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는 건

어쩌면 필연인 듯 싶네

살면서 이래저래 눈치만 늘어나지

빠삭한 눈치에도

동생들에게는 약게 행동을 못하니                        모든 일에 주저하게 되고

도리어 눈치 없다며 핀잔을 듣게 되지

눈치가 없어서 그렇게 행동한 게 아닌데  

참 억울하고 속상했었지

한배에서 나고 자라도 똑같은 자식들이 아니듯

자식들에게도 다 같은 부모는 아닐 거야

대개 장남에게는 젊고 엄하며 잔소리가 많은 부모님으로                                                   막내에게는 늙고 부드러우며 왠만한 건 허락하는 부모님으로 기억되지

남들 앞에서는 자신감 있게 행동하다가도     부모님 앞에서는 주저하게 되는 것이 장남이야

그러니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목놓아 울기가 쉽지 않을거야

어제 보니 애써 참은 눈물이                      눈두덩이에 한짐 올려져 있던 걸

퉁퉁 부은 눈이 내려앉고 있는 걸 보았네

이보게 친구, 그동안 장남 노릇하느라 고생 많았네

마지막이니 주저하지 말고 울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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