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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뫼 May 13. 2016

茶山의 행복론을 떠올리며



시골 마을에서는 누구네 세간살이가 어떠한지, 누구네 몇 째 아들이 속을 썩히는지 비밀이 없다. 수대에 걸쳐 한 마을에 살고 있으니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인지도 모른다.


한때 떵떵거리며 살았던 땅 부잣집 손자가 연이은 사업 실패로 옥탑방을 전전한다든지, 명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며 마을 입구에 플래카드까지 내걸리며 축하받았던 고씨네 둘째 아들이 이십 년 가까이 고시만 보고 있다든지, 부잣집에 시집가서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신씨네 큰 딸이 암에 걸려 오늘내일 한다든지, 이런 소문들은 며칠이면  한 입 두 입 거쳐 온 동네에 퍼진다.


고향을 방문하는 명절 기간은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동네 소식을 알아 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고향 소식들이 마흔을 넘긴 몇 년 전부터 '길게 보면 대다수 사람들의 인생은 콩나물 시루의 콩나물처럼 비슷비슷하구나'라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이런 생각은 이십대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다산 선생의 행복론을 조금은 이해하게 만들었다.


다산의 행복론이란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행복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이 잘 풀려 행복하다고 과하게 행복해하지 마라는 뜻이다.'

그러면 행복은 곧 밑바닥을 보인다는 얘기인데,  나갈 때 너무 행복에 취하면 곧 취함의 대가가 따르고, 불행이 닥치더라도 묵묵히 그 고비를 잘 넘기면 자신에게 남겨져 있는 양만큼의 행복은 반드시 쓸 수 있다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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