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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뫼 Sep 02. 2016

가을 붙들기

인생과 일년

일 년의 여정은 사계(四季)를 도는 것.

겨울에 출발하여 겨울에 돌아오는 한 해는 벌거벗고 태어나 벌거벗고 가야하는 인생과 닮았어.

숫자로는 유월 말이 반환점이지.

하지만 숫자는 그냥 숫자일 뿐.

무더위의 꼭지점을 이제야 지났으니 느낌상 엇그제가 반환점.

반환점을 돌 때의 나의  느낌은 이런 거였어.


한 해라는 놈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오르더니 반환점을 돌아 숨 돌릴 여유도 없이 내리막길을 내닫는다.

야호를 한다거나 산 아래를 조망하며 희열을 느낄 새도 없다.

오를 때의 지친 모습, 쉬었으면 하던 간절함은 이제는 고려적 이야기요 내팽개쳐진 헌신짝이다.

고생고생하며 올랐으니 쉬엄쉬엄 내려갔으면 싶은데 하도 급하게 내달리니 염병할 주마간산(走馬看山)이 따로 없다.

어차피 내년이면 힘들게 또 오를 테니 선선한 계절의 시간 속에 오래 머물다 가면 좋을 것을

에어콘 켜는 열대야를 보내다 다음날 긴팔 입어보기는 또 처음이지 않은가.

같은 값이면 퉁치며 0으로 만드는  분모분자의 공식을 여기에다 적용시킬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낮에 브라보콘 먹고 밤의 에어콘과 퉁치면 더위가 없어지는 이런 거 말이다.

말이 안 되는가? 그럼 소라도...

나이는 못 속여. 나도 아재야.

허허 뭐든 해봐야지 않겠나

내 인생도 오르막 길인지 내리막 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선선한 그 시기가 온다면 그 시기가 좀 길었으면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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